불공정 거래인가 기만적 유인인가
가격을 보는 美, 수단을 따지는 韓
정답 없지만 규제의 방식 고민해야
편의점에는 '1+1' 상품들을 자주 볼 수 있고, 마트 전단지에는 반값 세일이라는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상품은 "이 가격이면 남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싸다. 미국과 유럽의 공정거래법 문헌에서는 이런 상품을 '로스 리더(loss leader)', 우리말로 옮기면 '미끼상품'이라고 부른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상품이지만, 그만큼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일단 매장 안으로 들어온 소비자는 그 상품 하나만 사서 나오기보다는 다른 물건을 더 구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법제는 이 지점을 상당히 심각하게 본다. 대형 유통업체는 소상공인들에 비해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넉넉하고, 한 상품이 손해가 나더라도 다른 상품으로 그 손해를 메꿀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그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가 이른바 '약탈적 가격전략'을 이용해 특정 품목을 원가 이하로 계속 팔면서 주변의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잃게 만들고, 종래에는 시장에서 쫓아낼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독일 같은 나라들은 아예 원가 이하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고, 미국의 여러 주도 휘발유나 식료품에 최소한의 마진을 강제하는 법을 갖고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소비자에게 더 비싸게 팔라는 이상한 규제 같지만, 그 이면에는 약탈적인 가격경쟁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을 비롯해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에서는 약탈적인 의도를 가지고 원가보다 낮은 가격의 미끼상품을 파는 경우는 실질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본다. 그리고 설사 그런 시도가 있다 해도 반경쟁적인 의도를 법정에서 입증하기 어렵고, 규제가 정상적인 가격경쟁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인지 원가 이하 판매 자체를 포괄적으로 막는 조항이 없는 법제도 많고, 실제 소송에서도 약탈적 가격이 인정되는 경우는 적다.
우리나라도 그 법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 공정거래법에는 부당염매, 즉 경쟁자를 쫓아내기 위한 약탈적 가격 행위가 불공정거래의 한 유형으로 분류되지만,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낮은 가격 책정이 경쟁자, 특히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본다. 다시 말해, 단기 프로모션용 미끼상품을 일괄적으로 막기보다는 경쟁제한 목적과 효과가 있는 경우에만 제재한다.
재미난 점은 한국에서 미끼상품은 가격 이외에 측면으로도 규제된다는 사실이다. 바로 광고나 사은품으로써의 미끼 규제다. 대표적인 예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과자나 동화책을 사면 장난감이 덤으로 오는 식의 판매 방식이 유행했었다. 필자도 어릴 적 장난감이 갖고 싶어서 정작 별 관심도 없었던 책을 한 권 샀던 기억이 있다. 정부는 이후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을 통해 이런 광고를 금지하고, 장난감을 미끼로 한 과자 광고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여기서 문제 삼았던 부분은 가격이 아니라 변별력이 약한 어린이에게 과잉 구매를 부추기는 장난감이다.
온라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9900원'이라고 광고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실제 구매 가능한 옵션은 대부분 훨씬 비싼 경우가 있다. 특정 옵션만 초저가로 걸어두고 결제 단계에서는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는 전자상거래법상 기만적 표시 혹은 유인행위로 제재 대상이 된다. 다크 패턴이라 불리는 이런 전략은 미국식 의미의 로스 리더(원가 이하 미끼가격)라기보다는 '미끼광고'에 가깝다. 눈에 띄는 가격이나 한정 수량 문구로 클릭을 유도한 뒤 실제 판매 조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위다.
정리해 보면 미국과 유럽은 너무 싼 가격이 불공정한 경쟁의 양상인지부터 의심하는 반면, 한국은 너무 현란한 미끼를 경계하는 셈이다. 한쪽은 가격 경쟁의 하한선을 법으로 긋는 방식이고, 다른 한쪽은 유인 수단과 광고 행태를 규제하는 방식이다. 어느 쪽이 더 소비자와 경쟁을 잘 보호하는지는 여전히 정답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난감, 사은품, 초저가 옵션 등이 누군가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법 제정자는 가격을 넘어서, 이 모든 형태의 미끼를 어디까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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