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육계 뒤흔드는 '악성 민원'
일부 교사, 좋은 차·치마까지 신고당해
허위·악성 민원 책임론도 부상
중국 지방정부가 학생과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중국 사회에서 교권 보호 논의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문제 삼는 민원이 늘면서, 학교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교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교사를 상대로 한 민원이 교육 당국의 감찰 강화 분위기와 맞물려 빠르게 늘었다. 중국 교육부는 2018년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의 직업윤리 위반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26일 연합뉴스는 중국 관영매체 광명일보 등을 인용해 중국 지방정부가 학생·학부모의 괴롭힘에 맞서 '교사 보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국 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산둥성 지난시 교육국이 최근 인민대표가 제기한 '교사에게 관리권(管理權·생활지도권)을 돌려주고 교육상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건의에 대해 "앞으로 정상적 교육 행위와 규범을 벗어난 행위를 구분하겠다"고 답했다. 교육국은 학교가 '제1책임자' 역할을 맡아 교사에게 법률·심리 지원을 제공해야 하며, 단순히 "교사를 희생해 조화를 얻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시 교육국의 답변이 주목받은 것은 중국 교육 현장에서도 교사들이 "감히 지도할 수 없다"는 고충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명일보는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가정과 학교 간 충돌이 발생하면, 교사는 장문의 해명서를 쓰고 학교는 분쟁을 잠재우기 위해 먼저 교사를 처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처리 방식은 일선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앞서 민원 가능성부터 따지게 만든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허위·악성 민원 책임론도 부상
광명일보는 학교가 교사의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다 분쟁에 휘말렸다면 학교가 즉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입장을 분명히 해야지, 사태 수습을 위해 교사를 '말랑한 감', 즉 만만한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교사를 상대로 한 민원이 교육 당국의 감찰 강화 분위기와 맞물려 빠르게 늘었다. 중국 교육부는 2018년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의 직업윤리 위반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체벌, 성희롱, 금품 수수, 유료 보충수업 등 고질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지만, 이후 일부 학부모가 사소한 불만까지 민원으로 제기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 사례가 2023년 중국 후베이성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 부임한 신임 교사 리멍 사건이다. 그는 차를 몰고 출근한다는 이유로 교육청 민원을 당했고, 치마를 입었다는 이유로 "인민 교사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현지 매체에 호소했다. 숙제를 적게 냈다거나, 위챗 문의에 답장이 늦었다는 이유로 교육청이나 민원 핫라인에 신고하는 사례도 알려졌다.
중국 교육계에선 '탕핑' 우려도 제기
교사 개인의 사생활이나 복장, 차량, SNS 이력까지 민원의 대상이 되면서 중국 교육계에서는 '탕핑' 우려도 제기된다. 탕핑은 과도한 경쟁과 압박을 거부하고 최소한의 행동만 하겠다는 태도를 뜻하는 말로, 최근 중국 사회에서 치열하게 사는 것보다는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는 의미로 주로 쓴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가 민원을 피하기 위해 학생과의 교류를 줄이고 적극적 지도를 꺼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교사 개인의 사생활이나 복장, 차량, SNS 이력까지 민원의 대상이 되면서 중국 교육계에서는 '탕핑' 우려도 제기된다. 탕핑은 과도한 경쟁과 압박을 거부하고 최소한의 행동만 하겠다는 태도를 뜻하는 말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중국 당국도 교권 보호를 정책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광명일보는 2024년 9월 중국 당정이 공동으로 내놓은 의견에 교사의 교육 징계권 수호, 적극적인 지도 지원, 교사에 대한 모욕·비방·악의적 선전 처벌 방침이 담겼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은 악성 민원으로 교사가 '무한 조사'에 빠지지 않도록 신속 조사 체계를 만들고, 허위 민원으로 확인될 경우 신고자에게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도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교권 보호 가속화
이 같은 흐름은 한국의 교권 보호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23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확산했다. 이후 국회는 교원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교권보호 4법'을 통과시켰다.
제도 개선 이후에도 현장 불안은 남아 있다. 한국교총 보도에 따르면 2023년 9월 제도 도입 이후 2025년 2월까지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된 건수는 1065건이었고, 이 가운데 738건은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수사가 완료된 사안 438건 중 417건은 불기소 또는 불입건 종결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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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핵심은 '분쟁이 생겼을 때 학교와 교육 당국이 누구 편을 드느냐'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얼마나 빠르고 공정하게 가리느냐'에 있다. 중국 지난시 교육국의 이번 입장은 교사의 권한을 무조건 강화하자는 선언이라기보다, 악성 민원 앞에서 교사를 고립시키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교권 보호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만큼, 정당한 지도와 권한 남용을 구분할 제도적 기준 마련이 교육 현장의 공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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