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막사 붕괴 사고로 두 다리 잃어
재활 끝에 세계 최고봉 등정
등정 후 정상 팻말로 희망 전해
러시아 출신 산악인 루스탐 나비예프가 의족 없이 두 팔만을 이용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최초의 양다리 절단 장애인이 됐다.
26일 연합뉴스TV는 오직 두 손으로만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러시아 산악인의 사연을 소개했다. 앞서 지난 21일 나비예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 소식을 알렸다. 그는 "5월 20일 네팔 시각 오전 8시 16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두 팔만 사용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공개한 사진 속 그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팻말을 들고 있었다. 팻말에는 "추락 이후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루스탐 나비예프, 에베레스트 2026"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SNS
공개한 사진 속 그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팻말을 들고 있었다. 팻말에는 "추락 이후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루스탐 나비예프, 에베레스트 2026"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전직 러시아 공수부대원이었던 나비예프는 2015년 군 막사 붕괴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에도 재활과 훈련을 이어가며 산악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앞서 고산 등반에 도전해 온 인물로, 이번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장애인 산악사의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비예프는 등정 이후 "내가 전하고 싶은 건 단 하나다. 삶이 남아 있는 한 끝까지 싸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SNS에는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희망을 줬다" 등 응원과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번 등정은 에베레스트가 기록적인 등반 시즌을 맞은 가운데 이뤄졌다. AP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하루 동안 네팔 남쪽 루트를 통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산악인은 2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네팔 쪽 루트 기준 하루 최다 등정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9년의 223명이었다.
올해 에베레스트 등반객이 몰린 배경에는 중국이 티베트 쪽 북부 루트를 폐쇄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당국은 이번 봄철 등반 시즌에 약 494~495건의 등반 허가를 발급했으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기록 도전도 잇따랐다. 네팔의 유명 셰르파인 카미 리타 셰르파는 지난 17일 국제 등반팀을 이끌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자신의 최다 등정 기록을 32회로 늘렸다. 영국 산악인 켄턴 쿨도 20일 에베레스트 20번째 등정에 성공해 셰르파가 아닌 산악인 중 최다 등정 기록을 다시 썼다.
호주 산악인 올리버 포란은 인도 벵골만 연안에서 출발해 자전거로 네팔까지 이동한 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방식으로 해발 0m에서 정상까지 50일 만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 통신은 이 부문에서 고 김창호 대장이 보유했던 67일 기록을 포란이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에베레스트는 네팔과 중국 국경에 걸쳐 있는 세계 최고봉이다. 오랫동안 공식 높이는 8848m로 알려졌지만, 2020년 12월 네팔과 중국 정부는 공동 측량 결과를 토대로 높이를 8848.86m로 정정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외인 돌아와 환호하는 개미들 등골 서늘하게 만든 ...
다만 올해 에베레스트에서는 기록적인 등정 행렬과 함께 혼잡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등반객이 제한된 기상 창에 한꺼번에 몰리면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져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미 리타 셰르파 역시 AP 인터뷰에서 등반 인원 제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런데도 나비예프의 도전은 단순한 등반 기록을 넘어선 인간 의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다리를 잃은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세계 최고봉에 오른 그의 여정은 "삶이 남아 있는 한 끝까지 싸우라"는 메시지와 함께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