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사전 공모 정황 발견 못해
일부 직원 휴대전화 제출 거부
법무 검토 빠진 내부통제 부실 확인
온라인상 제기된 의혹 "아니다"반박

신세계그룹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관련해 '5·18 비하의 고의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다만 해당 마케팅의 내부 승인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며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은 물론, 관련 직원들을 해임·직무배제 조치했다.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503㎖ 용량' '21% 할인율'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의도와 무관한 수치"라고 부인했다.


신세계그룹은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정용진 회장의 사과 기자회견 직후 진상조사 결과와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 부사장, 양종환 감사 상무 등이 참석했다.

전상진 부사장은 이날 "향후 수사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에 대해 즉시 징계하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정용신 회장의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마친 뒤 질의응답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양종환 감사팀장. 2026.5.26 강진형 기자

신세계그룹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정용신 회장의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마친 뒤 질의응답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양종환 감사팀장. 2026.5.26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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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가진 기획? 사전 공모 여부 못 밝혀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직후인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스타벅스 코리아 관련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핵심은 이번 마케팅이 특정 의도를 갖고 기획됐는지, 또 내부 승인·리스크 관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였다.


양종환 상무는 "임원진 5명, 실무진 5명, 결재 라인 5명 등 총 15명을 대상으로 사내 메일과 업무용 노트북, 사내 메신저 등에 대한 포렌식 조사를 진행했다"며 "사전 모의 여부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있는지 디지털 기반 조사와 면담 교차 검증을 병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에는 한계도 있었다. 논란이 된 '탱크' 명칭과 관련해 일부 직원들이 개인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 부사장은 "행사 기획 직원 5명 가운데 2명은 '관련이 없음을 입증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제출했지만, 나머지 3명은 사생활 문제를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며 "사전 공모 여부를 모두 밝혀내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직원들이 논란 이후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도 확인됐다"며 "이를 볼 때 사전 공모는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개인 휴대전화 포렌식까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단정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김수완 부사장은 "회사는 이번 사태 이후 최근 10년간 스타벅스가 진행한 주요 프로모션과 이벤트 일정을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했다"며 "4월 16일이나 5월 18일 등 특정 날짜에 의도적으로 맞춰 행사를 반복적으로 기획한 정황이 있는지 살펴봤지만, 스타벅스는 통상 2주 단위로 프로모션이 이어지고 매주 새로운 이벤트가 진행돼 특정 기념일과 날짜가 겹칠 가능성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2030 직원 마케팅 시안 관행적 결제"…스타벅스 사태, 리스크 관리 실패 원본보기 아이콘

시안도 안 보고 결재, 내부 통제 실패 인정

신세계그룹은 이번 논란의 핵심 원인으로 조직문화와 내부 통제 실패를 지목했다. 조사 결과 해당 마케팅 기획안은 실무자와 팀장, 담당 임원, 전략기획본부장, 대표이사 등 총 4단계 승인 절차를 거쳤지만 누구도 '5·18 탱크데이' 표현의 부적절성을 지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부사장은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가운데 일부 승인권자는 디자인 시안 첨부파일조차 열람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마케팅의 즉시성을 우선시하면서 과거 운영되던 법무 검토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행사 기안자가 잘못된 판단을 했더라도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충분히 걸러질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회사는 이번 사태를 리스크 관리 실패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문화 문제도 언급됐다. 김수완 부사장은 "현재 해당 마케팅을 담당했던 직원들은 20대 초반 2명, 30대 초반 3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들이 가진 역사 인식이나 사회적 감수성이 회사와 사회가 느끼는 기준과는 다소 괴리가 있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논란 이후 내부 조사 과정에서 직원들 사이 대화를 보면 사안의 무게나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듯한 발언들도 상당 부분 있었다"며 "회사로서도 이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또 "단순히 실무자의 실수 차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어떤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을 공유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 문제"라며 "20·30대뿐 아니라 40·50·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역사 인식 교육 프로그램을 그룹 차원에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2030 직원 마케팅 시안 관행적 결제"…스타벅스 사태, 리스크 관리 실패 원본보기 아이콘

"503㎖·21% 할인 모두 우연"…온라인 의혹 부인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상에서 확산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탱크 텀블러'라는 명칭 자체가 5·18 당시 계엄군의 탱크를 연상시키도록 의도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룹은 해당 제품이 해외 제조사가 제작한 텀블러이며, '탱크(Tank)'라는 이름 역시 실제 물탱크 형태에서 착안한 제조사의 공식 제품명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503㎖ 용량이 특정인의 수인번호를 암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제품 원래 용량인 17온스를 밀리리터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치"라고 반박했다.


그룹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2023년부터 한국뿐 아니라 호주·태국 등 여러 국가에서 동일 용량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일본과 슬로바키아 등 일부 국가에서도 17온스를 503㎖로 환산해 표기하고 있다.


미니 탱크 텀블러 출시일이 4월16일로 정해진 것과 관련해선 "세월호 참사일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당초 4월 20일 출시를 제안했지만, 브랜드데이 일정 조율 과정에서 외부 행사업체 측이 4월16일을 확정했다는 설명이다.


'탱크 듀오 세트 할인율 21%'가 1980년 5월 21일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집단 발포일을 상징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룹은 "가격 조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계산된 수치"라고 해명했다. 전 부사장은 "원래 미니 탱크 텀블러 가격은 2만5000원이었는데 프로모션 과정에서 이를 1만2500원으로 조정하면서 세트 가격이 기존 6만원에서 4만7500원으로 변경됐다"며 "할인율은 제품 구성과 가격 조정 과정에서 산출된 결과일 뿐 특정 날짜와는 관련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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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의 '꼬리 자르기' 지적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책임을 묻겠다"며 "정용진 회장의 과거 발언과 이번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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