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지연 차세대 위성 2호 발사 성공
소자·부품 국산화 중요한 과제 떠올라
지난달 미국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통해 우리나라 차세대 중형위성 2호가 마침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4년 가까이 지연된 끝에 이뤄진 발사였기에 안도감이 컸지만 지연 배경을 돌아보며 우주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함을 절감하게 됐다. 당초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수출 허가 대상 부품이 포함된 우리 위성을 러시아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미국 정부의 재수출 허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중단되면서 차질이 발생했다. 이는 발사체 확보 못지않게 위성 제작에 핵심적인 소자·부품의 국내 생산 확대도 역시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최근 세계 우주 위성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위성은 더 이상 단순한 과학기술력의 상징이 아니다. 통신, 국방, 물류, 자율주행, 재난 감시 등 국가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대형 위성을 개발하고 장기간 운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위성을 대량으로 생산해 군집 형태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등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가 대표적이다. 지구관측 영상, 기상·해양 정보, 위치 정보, 통신 데이터 등 우주 기반 데이터 수요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위성 제조뿐 아니라 위성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 시장 역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는 제조 강국인 한국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위성은 반도체, 배터리, 센서,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복합 제조 시스템이다. 최근 글로벌 우주 기업들은 과거처럼 모든 부품을 고가의 우주 전용 부품으로 제작하기보다 상용부품(COTS)을 적극 활용해 비용을 낮추고 생산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량생산 체제가 본격화할수록 전자·반도체·정밀제조 경쟁력을 가진 한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위성 개발 체계는 아직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 정부 주도의 고비용, 장기 개발 구조가 지속되고 있고,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일부 위성은 당초 설계 수명보다 두 배 이상 오래 운영되기도 한다. 효율적인 위성 운영 덕분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설계와 과도한 안전장치 적용의 결과일 수도 있다.
위성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무조건 오래 가는 위성'이 아니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있는 서비스가 가능한 위성군'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 관련 핵심 위성이나 대체 불가능한 임무는 여전히 높은 신뢰성과 장기간 운영을 반영한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저궤도 소형위성이나 대규모 군집위성 체계에서는 저비용·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과거에는 위성 한 기의 실패가 곧 임무 실패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다수의 위성을 군집으로 운영하면서 위성군 전체의 시스템 가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상용부품이 실제 우주 환경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누리호를 활용해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우주 관련 소자·부품 등을 우주 공간에서 실증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좀 더 확대하고 국가 전략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위성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얼마나 빠르게 만들고,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하며, 얼마나 다양한 산업과 연결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은 한국이 제조 강국의 역량을 우주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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