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연구진, 키프로스 청동기 유적에서
비둘기 뼈 183개 분석…반가축화 시기 추정
"기원전 1400년부터 인간이 준 먹이 먹어"

도심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비둘기가 사실은 3000년 넘게 인간과 동고동락해 온 동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둘기 모습. 픽사베이

비둘기 모습.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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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겨레와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앤더슨 카터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고고학연구소 연구진은 "키프로스 남동쪽 항구 도시 '할라 술탄 테케' 유적에서 나온 비둘기 유해를 분석한 결과, 기원전 1400년경 청동기 시대에 비둘기가 이미 인간과 밀접하게 공생하며 반가축화 단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고고학 분야 국제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 실렸다.

비둘기는 성경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할 만큼 인간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동물이다. 그동안 가장 오래된 가축화 증거는 기원전 3세기경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 유적에서 발견된 것이었는데, 이번 연구로 그 시기가 100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게 됐다.


'할라 술탄 테케'는 후기 청동기 시대(기원전 1650∼1150년)에 이집트와 튀르키예를 잇는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였다. 연구진은 이곳에서 비둘깃과 뼈 표본 183개를 발견했고, 뼈의 높이·너비·폭을 측정해 종을 추정한 결과 바위비둘기가 159개, 유라시아멧비둘기가 2개, 종을 식별할 수 없는 표본이 22개로 나타났다. 바위비둘기는 리비아가 원서식지인 종으로, 이를 개량한 것이 오늘날 거리에서 흔히 보는 집비둘기다.

바위비둘기로 식별된 뼈 159개 가운데 성체 비율이 82%로 가장 많았고,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성체 등은 약 18%였다. 카터 연구원은 NYT에 "일부 뼈는 새끼 비둘기 것이었는데, 이는 주민들이 새를 직접 번식하고 관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뼈 표본 37개의 질소·탄소 함량을 분석(안정동위원소 분석)한 결과, 비둘기의 질소 수치는 인간과 거의 일치했다. 비둘기가 자연 상태의 먹이보다 인간이 주거나 흘린 곡물·씨앗을 주로 먹었다는 의미다. 또 비둘기들의 동위원솟값은 가축화된 소와 비슷하게 매우 좁은 범위를 보였는데, 이는 특정 구역 안에서 일관된 먹이를 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1830년작 '두 마리 비둘기와 노니는 비너스'. 이탈리아 트렌토 근현대미술관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1830년작 '두 마리 비둘기와 노니는 비너스'. 이탈리아 트렌토 근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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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비둘기 뼈의 상당수가 도시 구역이 아닌 종교적·제의적 공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 뼈들에는 불에 탄 흔적이 있었고, 다른 동물 뼈나 화려한 식기류와 함께 발견됐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당시 비둘기가 단순한 식량을 넘어 의례 제물로 바쳐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둘기 유해가 발견된 키프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과 아름다움을 관장하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출생지로 알려져 있으며, 아프로디테는 비둘기와 산비둘기를 좋아해 어깨나 손에 비둘기를 올린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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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연구소'의 안겔로스 하지쿠미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비둘기 가축화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카터 연구원은 "오늘날 전 세계 어디서나 비둘기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이 의도적으로 번식시켰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가 비둘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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