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산업 新르네상스, 기업과 함께 싸워줄 공학교육 전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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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학 교육은 지난 70여년 동안 산업화의 궤적과 함께 성장해왔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정부와 산업계는 1960년대 기간산업 중심의 기초공학 체계를 세웠고, 1970년대에는 화학·기계·토목 등 중공업 분야의 인재 양성을 통해 '중동 특수'로 대표되는 국외 진출의 성과를 거뒀다. 1980년대 들어 반도체와 자동차가 내수 산업을 이끌었고, 1990년대 이후 IT 산업의 부상은 한국 공학 교육의 도약이었다.


이처럼 한국의 산업은 거의 모든 공학 분야에서 공학 교육의 덕을 본 셈이다. 섬유·화공·전기전자·기계·토목 등은 국부 창출을 하는 기반 공학 분야였다. 물론 거의 모든 분야가 한 차례씩 전성기를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다. 약간의 비인기 분야였던 요업공학도 무기재료를 거쳐 신소재가 돼 금속과 합쳐져서 반도체 시대의 재료공학 관련 분야로 탄탄히 자리매김했고 인공지능(AI) 반도체 특수와 함께 황금기를 맞고 있다. 조선은 최근에 전통적 영역은 물론 방위산업과의 연계도 좋으며, 전쟁 등으로 다시 주목받는 전통 방위산업 분야도 비상하고 있다. 최근의 AI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터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으며 공학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AI 기반과 함께 연계해 해당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주도하고 있다. 즉 그간의 한국 공학 교육은 열악한 초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력을 배출해 각 분야의 교육이 산업에 투영되도록 하는 파수꾼의 역할을 했고 그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다기하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의 재편, 고금리 금융 자본 중심의 경제구조 등은 한국 공학의 존립 토대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다. 브레튼우즈 체제를 거쳐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는 사회가 고도화할수록 선진국에서의 공학의 역할도 핵심 분야를 제외하면, 특히 미국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이 유지하는 셈이 됐다. 공학보다는 금융·서비스 산업으로 인재가 이동하고, 따라서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은 점차 약화됐다. 전기·전자 및 컴퓨터 분야에서 학부를 하고 경영 분야로 이동해 석사를 마치고 금융회사로 이동하는 미국에서의 유행은 제조 및 기반 분야의 공학 교육 정체를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글로벌 갈등(에너지·무기·반도체를 둘러싼 '현실 전쟁')은 역설적으로 제조업과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패권 국가로서의 군사력 유지, 경제적 생존의 기초이자 공급망 안보의 핵심 등의 이유로 반도체 칩과 같은 분야는 물론, 전통적인 공학 교육을 새로이 보고 있다.


결국 국가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균형 잡힌 공학 생태계'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한 대학의 교육은 사일로 전공 중심의 교육에서 AI, AX 기반의 융합 문제 해결로, 그리고 이론과 시험 중심의 교육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국내 취업을 전제로 한 취업률에 연연하는 것에서 탈피해 글로벌 역량을 지닌 세계 산업 전력형 목표 교육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재의 공학 교육 영역도 특정 유망 분야만을 키우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도체나 바이오, AI 등 첨단산업 분야의 특성화 지원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여전히 사회 인프라를 떠받치는 전통의 기계·화공·토목·조선·산업공학 등 기반 공학 전반의 균형적 발전이 전제돼 융합될 때 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탈산업사회 이후 일부의 인기 공학 분야만을 유지하고 나머지를 도외시한 결과는 제조업과 국방력의 쇠퇴 등을 야기하는 심각한 상황을 야기했다. 즉, 현재 현장을 보면 전자나 컴퓨터 관련 학과로 학생 쏠림 심화가 있고, 전통 공학 계열은 급격히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단기적 산업구조의 흐름을 반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체의 허리를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전통 공학 분야의 AX 고도화 역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고급 기술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고, 이러한 불균형은 산업 생태계의 리스크로 번질 수도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 대학과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서는 것도 필수적이다. 대학 차원의 구조조정은 양적 감축보다는 기술 융합형 리모델링의 방향이 적절할 수 있다. 예컨대 토목·환경·도시 분야는 AI 기반의 스마트 인프라, 건축 자동화, 탄소중립 기술과 융합하고, 화공·신소재 분야는 배터리·수소·반도체 소재 산업과의 연계 교육으로 확장하는 것도 방법이다. 커리큘럼 전반을 '산업 AI 전환' 중심으로 재편하고, 해당 전공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역량을 가미해야 한다. 가두리 문화에서 벗어나 학생이 융합적으로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면서 미래 역량을 AI와 함께 기르도록 커리큘럼 수정과 수요자 중심의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는 산업 수요 기반의 장기 인력 수급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가 함께 공학 계열별 수요 예측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특정 산업군에 지원이 쏠리지 않도록 장학금과 연구비, 산업 연계 인턴십을 통해 인력 분포를 유도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AI 분야의 고임금 구조와 다른 공학 영역의 임금 격차를 완화하는 사회적 장치(엔지니어링 단가 재조정·공공 프로젝트 내 전공별 기술 인센티브 등)도 병행돼야 한다. 모든 공학 분야에서의 성공을 맛보았듯이 AX와 융합으로 재정비한 대학의 공학 교육 체계를 유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사회 인식의 변화도 중요하다. 지금의 입시 구조는 '의대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며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술인력이 잠재적으로 감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공학 전반이 다시 사회적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공학 직무의 사회적 가치와 국가 수호적 역할을 강조하는 전략적 캠페인, 그리고 관련 산업의 보상 현실화가 필요하다. 산업 현장은 사람이 지키고, 사람은 교육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할 때 한국은 'AI-공학 융합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공학 교육의 방향성은 단순한 학과 조정이 아니라 '국가 체질의 재설계' 문제다. 균형 잡힌 공학 생태계, AI 기반 융합 교육, 산업과 대학의 긴밀한 협력이 조화를 이룰 때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산업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과 국가의 공조에서 마지막으로 산업의 르네상스를 위한 또 다른 필요조건이 하나 더 있다. 대학·기업·정부가 원팀이 돼 산업을 예측하고 인력을 기르고 정부가 동시에 수주를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절대 기업 혼자 세계와 싸우게 하지 않는다. 최근 전쟁·분쟁에서 AI 기업들은 단순한 기술 제공을 넘어 핵심적인 '전쟁의 설계자'이자 '디지털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표적을 식별하고 전장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군사작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의 연계도 필수적이다. 기업 혼자서 세계를 다니며 세일즈하는 시대는 지났고 대통령도 국가의 세일즈맨인 시대다. 한국 국가 브랜드가 격상되는 만큼 K반도체, 원전, 배터리, 플랜트 및 건설 등을 K컬처처럼 국가가 브랜딩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대통령 순방, 공적개발원조(ODA), 개발은행 외교 및 안보협력 등과 함께 전 세계적인 영역에서 대형 사업을 수주로 연결해야 한다. 공학이 고른 분야에서 신르네상스를 맞이하도록 정부의 각종 대학 지원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대학생 장학·병역 특혜, 주거 지원 및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정책의 세심한 검토와 실현이 요청된다. 대학, 기업과 정부의 시너지를 전제로 한 AI 시대의 혁신과 융합 노력의 결실은 다시금 대한민국을 각종 공학 및 제반 산업의 르네상스로 귀결될 수 있도록 하는 전제가 될 것이며, 현재는 이를 할 수 있는 최적의 그리고 마지막 시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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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주 아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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