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오스트리아·이탈리아 검찰 수사 착수
부유층, 사라예보 시민 저격 대가 지불 의혹
다큐·책 출간으로 30년 풍문 수면 위 올라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유럽 부유층이 거액을 내고 민간인을 사냥했다는 의혹을 두고 유럽 여러 나라가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30년 넘게 풍문으로만 떠돌던 이른바 '사냥 관광'이 다큐멘터리와 책 출간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다.
연합뉴스와 벨기에 공영방송 VRT 등에 따르면 벨기에 연방검찰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벌어진 사냥 관광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자국민 용의자 특정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검찰도 지난달 말부터 보스니아 민간인 살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2명을 파악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의자 가운데 1명은 오스트리아 국적이며, 나머지 1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보스니아 내전은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을 선언한 보스니아계와 이를 저지하려는 세르비아계가 1992∼1995년 충돌한 전쟁으로, 무슬림 대량 학살로 악명이 높다. 세르비아계 스릅스카공화국군이 주도한 사라예보 포위전에서만 시민 약 1만1000명이 숨졌다.
당시 유럽 부유층이 스릅스카공화국군에 돈을 건네고 언덕이나 고층 건물에 올라 사라예보 시민을 저격했다는 의혹은 오랫동안 풍문으로 떠돌았다. 그러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검찰은 지난 2022년 다큐멘터리 '사라예보 사파리'를 토대로 전쟁 범죄 혐의 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을 추적해 온 이탈리아 작가 에치오 가바체니는 지난 3월 펴낸 책 '주말 저격수들'에서 사냥꾼들을 사라예보로 데려갔다는 프랑스인 인솔자를 인용해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업체가 주말 패키지 형태로 사냥 여행을 주선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책 내용을 보면 사냥꾼들은 가짜 적십자 표시를 단 차량을 타고 의약품 운송으로 위장해 보스니아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탈리아·프랑스·벨기에·스위스·오스트리아 출신의 의사·판사·변호사·사업가 등 엘리트 계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주어진 6시간 동안 총을 쏜 뒤 사망자의 나이와 성별에 따라 돈을 냈다. 어린이가 가장 비쌌고 15∼16세 소녀가 그 뒤를 이었으며,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는 어린이 살해 대가가 5만유로(현재 환율 기준 약 8800만원)까지 치솟았다. 사냥꾼들은 소년을 맞히면 파란색, 소녀를 맞히면 분홍색으로 칠한 탄피를 전리품으로 챙겼다고 한다. 이들의 경호를 맡았다는 프랑스인 인솔자는 "6시간 동안 어린이 2명, 여성 1명, 노인 3명을 살해한 이탈리아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가바체니는 "사냥에 가담한 이탈리아 국적자만 250명에 달했고 이탈리아군 정보당국도 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밀라노 검찰은 그의 고발을 토대로 이탈리아 국적자 4명을 수사하고 있다. 다만 30년 넘게 지난 일인 만큼 여러 풍문과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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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냥 관광이 아닌 무슬림 용병 가능성을 가리키는 진술도 나왔다. 지난 2월 조사를 받은 80세 전직 트럭 운전사는 보스니아에 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냥이 아닌 업무였다"고 주장했고, 65세의 또 다른 용의자는 스릅스카공화국군에 자원해 복무했다며 "무슬림을 증오해 발칸반도에 갔다"고 진술했다. 오스트리아 일간 슈탄다르트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는 돈을 내고 간 인간 사냥꾼보다 극우 성향 용병일 가능성을 가리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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