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기한 136일 넘긴 공직선거법
위헌소지 알면서 의원정수 늘려
중앙정치 놀이터 변질 유권자 외면
선거구획정위 독립 기구화 등 대안

[초동시각]'풀뿌리 민주주의' 흔드는 선거구 획정, 이제는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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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21일부터 시작됐다. 거리에는 유세 차량의 확성기 소리와 로고송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진다. 각 정당을 대표하는 색색깔의 옷을 입은 선거 운동원들은 시민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하며 표심 잡기에 한창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교육감 등 매년 4000여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 만큼 그 어떤 선거보다 전국적으로 떠들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선, 총선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제21대 대통령선거와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율은 각각 79.4%, 67%였던 반면,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는 50.9%에 불과했다. 지방선거는 주민 생활과 가장 직결된 정책을 다루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을 실현하는 기회인데도 외려 유권자의 관심은 가장 낮은 것이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선거의 룰을 졸속으로 뒤늦게 정하는 정치권의 관행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지역을 하나의 선거구로 정할지 경계를 나누는 선거구 획정은 원래 지방선거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까지 마무리됐어야 했다. 하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법정기한 136일이 지난 지난달 18일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이후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 정수가 담긴 조례안이 각 지방의회를 통과해야 지자체별 선거구가 최종 확정되는데, 이는 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두고 완료됐다. 후보들은 그때까지 자신의 선거구가 어디인지, 누구와 경쟁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처지였다. 유권자도 선거 정보 파악이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참정권에 독이 되는 고질적 악습이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정한 선거구 간 인구편차(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수)를 고려하지 않고 기초의원 수를 늘려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을 위기에 놓인 곳도 있다. 정개특위는 서울 천호동이 속해있는 강동구 마선거구에 중대선거구제 시범 실시 특례라는 명목으로 구의원 수를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그 결과 구의원 1명이 대표하는 주민 수가 1만1675명밖에 되지 않아 헌재가 정한 인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만약 이 지역 주민이 헌법 소원을 낸다면 헌법불합치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나선거구 역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구의원이 3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선거구 획정이 원칙 없는 밀실 야합으로 결정되고, 여야 정치권의 협상 도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에선 서울시 구의원 선거구와 정수를 담은 조례안을 처리했는데 이 자리에선 여야 할 것 없이 "꼼수 개정" "위헌적 상황 발생" "선거의 공정성과 대표성을 훼손했다" 등 국회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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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는 '중앙 정치권의 놀이터'가 아니다. 시민들이 만드는 축제이자 민주주의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선거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주의 구도에서 벗어나 정치 신인과 소수 정당이 진입하고, 유권자가 자신의 지역에 나올 후보자의 정보와 공약을 꼼꼼히 파악할 여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구 획정은 법정 시한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중립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광역·기초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 또는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 기구로 권한을 이양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가 이를 법률로 의결하되, 법정 기한 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획정위 원안이 자동으로 효력을 갖도록 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이 바뀌고 국가가 성장하고 민주주의가 바로 서려면 지방선거 절차와 제도부터 정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보경 사회부 차장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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