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허용한 스포츠 대회…세계 신기록 달랑 하나
투약 안한 선수 "약 더 먹어야 할 듯" 조롱
체육계·의료계 "생명에 위협" 강력한 우려
금지약물 복용이 전면 허용되는 논란의 스포츠 대회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 결과, 수영 단 한 종목에서만 비공식 세계 신기록이 나왔다. 이 대회 참가자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 체육계에서 엄격히 금지해온 경기력 향상 약물을 자유롭게 투여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약을 더 먹든지 훈련을 더 열심히 하라'는 조롱 섞인 비판도 제기됐다.
25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그리스 선수 크리스티안 골로메에프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이 대회 수영 종목 남자 자유형 50m에서 20초81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호주의 캐머런 매커보이가 지난 3월 세운 종전 세계기록 20초88을 0.07초 앞당긴 것이다.
골로메에프는 지난 2009년 국제대회에서 '기술 도핑'이란 지적을 받고 퇴출당했던 전신 수영복까지 다시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비공식 세계기록 경신 보너스로 100만달러를 챙겼다.
인핸스드 게임은 '과학의 힘을 빌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명목으로 기획된 대회다. 피터 틸 팰런티어 창업자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억만장자와 유력 인사들이 후원자로 나섰다.
이번 첫 대회에는 육상·수영·역도 등 선수 42명이 출전했으며 세계기록 경신에 100만달러, 종목 우승에 25만달러라는 파격적인 상금이 제시됐다. 주최 측은 기존 체육계가 금지해온 도핑을 통해 무수한 신기록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록 경신은 골로메에프 1명에 그쳤다.
영국의 벤 프라우드는 약물 복용 후 남자 접영 50m에 출전해 22초32로 골인했으나 세계기록에 0.05초 모자랐다. 역도 종목에서 캐나다의 보디 산타비와 미국의 웨슬리 키츠 등은 4차 시기까지 가도록 주최 측이 규칙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는데도 불구하고 신기록 수립에 실패했다.
오히려 약물을 투약하지 않은 선수들이 도핑 선수를 꺾는 일도 속출했다. 육상 100m 세계 챔피언을 지낸 미국의 프레드 커리는 약물 없이 9초97로 우승한 뒤 "그들은 훈련을 더 열심히 하거나 약을 좀 더 먹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헌터 암스트롱은 수영에서 도핑을 한 경쟁자 2명을 가볍게 제쳤다. 그는 남자 배영 50m에서 24초21로 정상에 올랐다.
체육계와 의료계는 약물을 허용한 이 대회를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세계 주요 스포츠 연맹은 이 대회의 기록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의료 전문가 등은 장기적인 약물 남용이 심장·간·신장 질환을 비롯해 생명을 단축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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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모든 약물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모기업인 '인핸스드'가 선수들이 복용한 약물을 대중에게 판매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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