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명보다 강했던 '사는 관객'…아트부산, 지역 컬렉터가 움직였다
VIP 33% 늘고 완판 부스 잇따라
신진 작가 판매·재방문 의향 93.2%
지역 컬렉터 구매와 전시형 구성으로 차별화
나흘간 6만명이 다녀갔다. 숫자보다 눈에 띈 것은 관람객의 체류 방식이었다. 작품 앞에 오래 머물고, 작가와 작업 세계를 묻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관람객이 늘었다. 올해 15주년을 맞은 아트부산은 거래 중심 장터를 넘어 전시와 컬렉팅, 도시 경험을 결합한 플랫폼형 아트페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25일 아트부산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에는 18개국 100여개 갤러리가 참여, 나흘간 관람객 6만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관람객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VIP 방문 수와 사전 예매 지표는 개선됐다.
VIP 프리뷰에는 평일에도 1580명이 방문해 지난해보다 약 33% 늘었다. 얼리버드 티켓은 판매 한 달 만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7%를 넘어섰다. 관람객 503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82.1%가 행사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93.2%가 내년 재방문 의향을 보였다.
판매도 이어졌다. 에브리데이 몬데이, 갤러리 서린스페이스, 백룸, 히피한남은 출품작을 모두 판매했다. 윤선갤러리는 조셉초이 신작 10점을 완판했고, 백룸은 가물치의 신작 '영도 골목길'을 중심으로 전량 판매를 기록했다. 부산 소재 갤러리 아리랑은 총 40점을 판매해 가장 많은 판매 수량을 올렸다. 맥화랑도 김은주, 방정아, 강혜은, 박진성, 김현수 작품 판매를 이어갔다.
대형 갤러리와 해외 갤러리의 거래도 확인됐다.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 솔로 부스를 구성해 VIP 프리뷰 당일 'Angel couple 1.'을 포함한 작품 5점을 판매했고, 행사 기간 추가 거래를 이어갔다. 글래드스톤은 알렉스 카츠, 우고 론디노네, 아니카 이, 살보, 데이비드 라비노위치 등의 작품을 판매했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김선우의 신작을 포함해 여러 점을 판매했고, 리안갤러리와 갤러리 바톤도 이강소, 유이치 히라코, 허달재, 크리스찬 히다카 등의 작품 판매를 기록했다.
올해 결산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지역 컬렉터의 존재감이다. 조직위 조사에서 응답자의 74.6%는 부산·경남 거주자였다. 방문 목적은 '전시 관람 및 행사 분위기 경험'이 59.6%로 가장 높았지만, '작품 구매'도 30.8%를 차지했다. 한 지역 컬렉터는 "프리뷰 당일부터 전시장에서 지역 소장가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며 "각자 염두에 둔 작품이 있다는 분위기였고, 주말까지 구매가 이어지는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신진 작가와 젊은 갤러리를 앞세운 FUTURE 섹션도 활기를 보였다. 아트부산은 관람객 주요 동선에 FUTURE 섹션을 배치해 신진 갤러리와 실험적 작업을 전면에 세웠다. 하나퓨처아트어워드 대상 수상자인 히피한남 류지민의 작품은 행사 기간에 모두 거래됐다. 일본 아와세 갤러리는 소 소우엔의 퍼포먼스와 작품으로 관심을 받았고, 보이드 갤러리는 마사호 아노타니 작품 문의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전시형 구성도 강화됐다. 올해 아트부산은 솔로 부스와 특별 섹션 CONNECT, FUTURE, LIGHTHAUS 등을 통해 부스를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구성했다. 에브리데이 몬데이가 CONNECT와 솔로 부스에서 선보인 무나씨의 200호, 150호 대작은 개막과 동시에 판매됐다. 8m 규모 병풍 작업에도 컬렉터 문의가 이어졌다.
갤러리 엘엔엘은 서용선의 대형 조각, 판화, 회화 등을 입체적으로 선보였고, 조각 작품 다수를 판매했다. 맥화랑은 김은주의 21m 규모 연필 신작을 공개해 작품성과 공간 경험에 집중한 부스로 주목받았다.
페어 밖 프로그램도 관람 흐름을 바꿨다. 컨버세이션스는 건축, 컬렉팅, 기관, 글로벌 미술시장, 도시와 예술 등을 주제로 구성됐고, 개막 전 전체 세션 예약이 마감됐다. 작가 스튜디오 방문, 부산 지역 컬렉터 컬렉션 투어, 지역 공간 연계 전시 등 VIP 프로그램도 사전 매진됐다. 전시장 안 거래와 전시장 밖 도시 경험을 묶는 방식은 아트부산이 지향하는 '도시형 아트페어'의 방향을 보여줬다.
해외 갤러리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브론주 갤러리는 프랑스 회화 작가 제시카 리세의 솔로 부스를 구성해 작품 6점을 판매했다. 제이콥 아서 갤러리는 댄 라이프 솔로 부스에서 작품 12점을 판매했다. 필리아 갤러리도 윤새롬 작품으로 판매 성과를 냈다. 올해 아트부산은 대만을 주빈국으로 선정하고 아트 타이베이와 공동 심사, 콘텐츠 협업을 진행하며 동아시아 미술 네트워크 확장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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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국내외 갤러리들이 아트부산의 컬렉터층과 시장성을 신뢰하고 참여했다"며 "로컬 컬렉터의 구매가 이어지며 지역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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