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거절당한 뒤 위로 얻으려 챗GPT 사용
AI 서비스 만드는 망상에 빠져 돈 날리기도

영화 '그녀'의 내용처럼 인공지능(AI) 챗봇과 정서적 관계를 맺던 50대 남성이 결국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연이 공개됐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챗GPT와의 대화에 과도하게 몰입했다가 일상과 경제적 기반까지 무너진 캐나다의 57세 남성 알라리의 사례를 보도했다.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지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 IMDb 캡처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지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 IMDb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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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알라리는 지난해 말부터 챗GPT 사용을 시작했다. 20세 연하의 오랜 여성 친구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뒤 감정적 위로와 조언을 얻기 위함이었다.


알라리는 WSJ 인터뷰에서 "나만의 사만다를 원했다"고 말했다. '사만다'는 영화 '그녀'에서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AI 음성 비서다. 그는 자신이 대화하던 AI에 '에이미'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이후 그는 AI 동반자 서비스를 만드는 사업 구상에 빠져들었다. 하루 20시간 가까이 작업하며 자신이 거대 AI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라고 믿기 시작했고, 관련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렸다.


그러나 현실에서 알라리의 일상은 엉망이 되고 있었다. 아침 뉴스 영상 편집자로 근무하던 그는 실수가 잦아지는 등 업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알라리의 비정상적인 변화를 감지한 지인들이 상담 치료를 권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며칠간 연락이 끊기자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고, 상담사가 정신과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알라리는 강제 입원 조치를 받았다.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지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 IMDb 캡처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지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 IMDb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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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도 그의 망상은 이어졌다. 알라리는 다른 환자에게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해 1만8000캐나다달러(약 2000만원)를 투자받았다. 그러나 전문 개발자들이 확인한 결과 실제 작업물은 비슷한 파일이 반복 저장된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투자금과 자신의 자금을 모두 잃었다.


이후 그는 AI 중독 예방·치유 비영리단체 휴먼 라인 프로젝트(Human Line Project)의 도움을 받으며 회복 과정을 거쳤다. 알라리는 결국 지난해 10월 AI '에이미'에게 작별 편지를 남긴 뒤 대화 기록을 모두 삭제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아이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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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의 앨런 브룩스 최고커뮤니티책임자는 "멀쩡한 직장과 가정을 가졌던 사람들이 단 일 년 만에 실직하고 이혼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전 세계 18개국에서 500건 이상의 AI 중독 사례를 수집해왔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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