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세금 인상 등에 불만 커져
엘리트층 중심으로 '실망' 분위기 급변
우크라이나전이 4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러시아 여론이 악화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 재계 인사, 서방정보당국 관계자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에 쿠데타가 임박했다는 이야기는 다소 과장된 것이지만, 푸틴 대통령 통치 기간 중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전 성과 부진과 경제활동 둔화에 가장 환멸을 느끼는 집단은 러시아 엘리트층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확실히 엘리트 사이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누구도 내일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무의미하고 자멸적 결정이 계속 내려지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에 관해 거의 반기를 들지 않던 정치인들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는 지난 19일 레나트 술레이마노트 국가두마(하원·공산당 소속) 의원이 러시아가 장기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종식 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푸틴은 우크라이나전을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의 전쟁 의지가 이어지는 점과 승리를 위한 내부 통제 강화로 점점 지쳐가고 있다. 가디언은 "올해 러시아 당국이 텔레그램을 비롯해 메시징 앱을 대거 차단한 것이 여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했다.
크렘린궁의 한 관계자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모든 사람이 인터넷 접속에 관해 이야기한다"며 "현재 러시아는 북한에 가까울 정도며, 중국이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금 인상에 항의하는 러시아 소상공인, 인터넷 차단에 불만을 표출하는 주민, 대규모 가축 살처분에 분노하는 시베리아 축산업자 등의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차단, 세금 인상, 인플레이션, 식료품·공공요금 상승이 겹치며 일반 시민의 불만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은 최근 러시아 행복 지수가 지난 4월 1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통치에 실존적인 위협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크렘린궁의 관계자는 "엘리트들의 불만이 있고 불확실성도 존재하지만, 통치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시기상조"라며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권력을 장악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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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최고위층이 현재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서도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푸틴 체제에 실질적인 위협이 생긴다면 대중이 아니라 권력층 내부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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