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취지는 좋지만…지역 소규모 학교선 '기회의 불평등'
입법조사처, 시행 1년 '고교학점제' 분석
학생수·학급적은 지역 고교와 서울 격차 커
"초·중등교육법 개정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학교 규모가 작을수록 고교학점제의 과목 선택권 보장 취지가 구현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학 입시 과정에서도 불리한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고교학점제는 소규모고교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경북·전남 지역 고교 사례를 중심으로 고교학점제의 현장 상황을 분석했다.
지난해 3월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획일적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생이 자신의 진로·적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는 제도다. 기존의 출석 중심이 아닌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해야 졸업을 인정받으며,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주도적 학습자로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만 소규모고교 등에서 제도의 사각지대가 드러나며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초래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고서에선 올해 3월 기준으로 서울과 경북과 전남 지역 고교를 비교했고, 학생수 100명 이하 또는 6학급 이하 고교를 소규모고교의 기준으로 설정해서 분석했다.
그 결과, 선택 과목을 수강해야 하는 고2의 경우 평균 과목 개설 수는 서울이 40인데 반해 경북은 30개, 전남은 27개로 지역별 격차가 드러났다. 경북과 전남 내에서도 소규모고교와 그 외 고교의 평균 과목 개설 수를 비교해보니 경북은 각각 20개와 32개, 전남은 각각 21개와 29개로 차이가 났다.
소규모고교와 그 외 고교의 평균 교사수도 경북은 각각 12명과 40명, 전남은 9명과 33명으로 격차가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규모고교에선 교사 수가 적어 한명이 여러 과목을 지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내신 5등급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 소규모 고교에서 선택과목을 늘리게 될 경우 수강인원이 9명 미만인 강좌로 쪼개져 1등급(10%)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아예 없거나 성적관리가 불리해질 수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보다는 성적에 유리한 특정 과목으로 몰리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학교 규모가 작을수록 고교학점제의 과목 선택권 보장 취지가 구현되기 어렵고, 전공 적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교학점제와 2028학년도 대입 기조를 볼 때 향후 불리한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적인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과목 강의를 하기 위해서 공통과목에 기간제교사를 우선 투입하고 정규 교원이 선택과목에 투입돼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고, 전공이 아닌 과목을 가르치는 사례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등 비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소규모 특성화고는 전기, 용접 등 작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전문기술을 가르치는데,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교사수가 부족해지면서 실습에 필요한 교육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실습 교육은 취업 후 산업 현장의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온라인 수업 대체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소규모고교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근거를 신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최소 필수교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소규모고교 특화 진로교사 배치, 장기 정주교사 및 순회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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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오 교육문화팀 입법조사관은 "현재의 단위학교 중심 채용이 아니라 교육청이 상시 강사 인력 풀을 운용하는 한편, 직접 학교에서 필요한 강사 인력에 대한 수요 신청을 받아 채용해 수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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