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현장 이탈했다면 '휴대' 요건 미충족"

집 현관 앞에 치사량의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놓고 간 행위에 대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협박한 특수협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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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및 특수존속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A씨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협박했다고 하려면 적어도 범행 현장에 있는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언제든지 해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 사건에서 A씨는 피해자 모르게 메탄올 소주병을 놓아둔 뒤 범행 현장을 떠났고, 피해자가 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한 물건을 협박 범행에 이용했더라도 이를 '휴대하여' 협박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여 일반 협박죄는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특수협박의 구성요건인 휴대에 관한 법리 오해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사건 전체를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A씨는 자신의 부친인 B씨에 대한 특수존속폭행죄 등으로 재판을 받던 중 합의를 위해 부친을 찾아갔으나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빈 소주병에 치사량에 해당하는 메탄올 함량 79.9%의 액체를 주입한 후, 이미 사망한 피해자의 어머니 명의로 'B아, 빨리 보고 싶다.. -엄마가-'라는 내용의 메모지를 붙여 피해자의 주거지 현관 앞에 두었다.

A씨는 이러한 방법으로 총 5회에 걸쳐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가하며 협박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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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2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보복의 목적과 협박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메탄올이 실명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유독성 물질이라는 점을 고려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존속인 피해자를 협박한 특수존속협박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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