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4일 서울 롤링홀서 첫 내한 공연
'벌룬'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넓혀
'샤를' 1억5000만뷰 "곡 작업 타협 없어"
세븐틴 섬세한 가사·다채로운 춤에 감명

가수 스다 케이나. 아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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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내보내는 음악에 단 한 번도 타협은 없다. 항상 마지막 곡이라 생각하며 치열하게 쓴다."


인터넷 하위문화로 통하던 보컬로이드(음성 합성 소프트웨어) 음악을 일본 주류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싱어송라이터 스다 케이나를 22일 서울 강남구 아뮤즈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났다. 방 한구석에서 시작한 그의 음악은 애니메이션 주제가부터 유튜브 1억회 이상 재생된 히트곡까지 아우르며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로 퍼졌다.

스다 케이나는 23~24일 이틀간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첫 내한 공연 '글리머(GLIMMER)'를 연다. 아시아 투어의 시작이다. 첫 해외 무대로 대형 공연장 대신 관객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소규모 라이브하우스를 택했다. 원래 하루 공연을 기획했으나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돼 회차를 늘렸다.


그는 "우연이 겹치긴 했지만 2018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메시지를 보내주며 응원해 준 한국 팬들을 언젠가 꼭 만나고 싶었다"며 "관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첫 해외 투어의 첫발을 떼는 것이 훨씬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다 케이나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2013년 일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동화에서 '벌룬'이라는 이름의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원래 실용음악 학교에 다니며 밴드에서 드럼을 치던 그는 멤버와 소통이 안 돼 답답함을 느끼고 혼자 곡을 쓰기로 결심했다.


이후 드럼 장비를 모두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방에서 곡을 만드는 프로듀서로 나섰다. 2016년 발표한 곡 '샤를'이 자신이 다시 부른 버전을 합쳐 유튜브 누적 조회수 1억5000만뷰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다. 원곡을 수많은 사람이 다시 부르고 해석하는 보컬로이드 문화 속에서, 창작자 본인이 직접 부른 노래가 역으로 대중의 큰 선택을 받았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내 목소리로 부른 곡이 가장 큰 반응을 얻으면서, 혹시 내가 불특정 다수가 노래를 해석하는 보컬로이드 문화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했다"며 "차라리 내 진짜 이름을 걸고 노래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2017년부터 스다 케이나라는 이름으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인기 애니메이션 '불꽃 소방대' 엔딩곡 '베일', '스킵과 로퍼' 오프닝곡 '메로우' 등을 연이어 성공하며 일본 주류 대중음악계에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암살교실' 10주년 재방송 프로젝트의 오프닝 주제가 '라스트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한국 팬들이 나를 알게 된 첫 계기는 '샤를'이겠지만, 국경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닿게 한 진정한 곡은 애니메이션 주제가인 '베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가수 스다 케이나. 아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스다 케이나. 아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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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을 넘긴 그는 작사, 작곡, 편곡을 혼자 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굳혔다. 이번 투어 이름인 '글리머(희미한 빛)'도 그의 철학을 담았다. 그는 "내 노래를 들으러 온 관객들이 고된 일상을 잠시 잊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징조이자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는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그는 "세상에 내 곡을 발표할 때 단 한 번도 타협한 적이 없다"며 "항상 이 곡이 내 마지막 곡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곡을 쓴다"고 강조했다.


스다 케이나는 무조건 긍정적인 메시지를 강요하는 음악을 피한다. 대신 상실과 흔들림 등 인간 내면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그는 "예전부터 '우리 함께 힘내자'는 식의 음악에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고, 오히려 직설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감정에 끌렸다"며 "이런 내밀한 감정을 가장 잘 나눌 수 있는 곳이 바로 라이브 무대"라고 말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관객을 '공범자'라 칭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다 케이나는 "라이브 무대는 내가 만든 곡을 그저 들려주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 온 관객과 함께 완성해 나가는 공간"이라며 "내 곡을 완벽히 이해하고 온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그 공간의 분위기와 감정을 함께 나누는 관객과 나는 아름다운 관계이자 공범자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에서 주목받는 K팝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그룹 세븐틴의 일본 발표곡 '폴린 플라워(Fallin' Flower)'를 인상 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곡을 먼저 듣고 마음에 크게 와닿아 가사를 찾아봤다"며 "가사가 직설적이지 않고 몹시 여리고 섬세해 놀랐고, 솔로 가수는 담아내기 힘든 다채로운 표현을 여러 멤버가 춤으로 엮어내는 모습이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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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팬과 첫 만남을 앞둔 그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 관객은 조용히 무대에 집중하지만, 한국 관객은 노래를 함께 부르는 '떼창'을 즐긴다. 스다 케이나는 "한국 팬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어 잘 알고 있고, 그 다른 분위기가 몹시 기대된다"면서도 "억지로 함께 불러달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공연장을 찾은 관객 각자가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로 내 음악을 즐겨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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