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개인회생 정보 조기삭제
'포용적 금융' 차원 제도개선 환영
소상공인·대표이사 경제활동 복귀
유연한 정책으로 '걸림돌' 치워야
"아무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Leave no one behind)." 이는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포용적 금융(inclusive finance)의 핵심가치다.
한국신용정보원은 개인도산(개인회생·개인파산) 사건에서 변제계획인가결정(개인회생)이나 면책결정(개인파산)이 있는 경우 해당 내용을 5년간 공공정보로 등록해 금융권이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 있었다. 공공정보의 등록·공유로 소상공인들은 장기간 신규 대출이 거절될 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금의 상환 압박(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이사일 경우 회사의 대출금까지 상환해야 한다), 카드 발급 제한 및 이용 정지 등 금융상의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위원회의 주도로 공공정보관리에 관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7월18일 개인회생절차에서 변제계획을 1년간 성실하게 이행한 경우 개인회생정보를 조기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개인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채무자의 신속한 경제활동 복귀를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개인파산을 통한 면책의 경우에는 완전한 책임 면책으로 법적·경제적 차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조기 삭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면책을 받더라도 5년간은 자기 이름으로 신용거래를 할 수 없어 경제적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과연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을 통한 면책이 법적·경제적 차원에서 차이가 있는가.
먼저 법적인 차원에서 살펴보자. 개인도산의 궁극적인 목적은 면책을 통한 새로운 출발(fresh start)이다.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모두 면책의 법적인 효력에 있어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면책받지도 않은 개인회생에 대해 공공정보를 조기에 삭제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개인파산보다 우대하고 있다.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을 법적으로 차별해야 할 아무런 합리적 이유가 없고 면책에 이르지도 않은 개인회생을 우대하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다.
다음으로 경제적 차원에서 보자. 경제적으로도 조기에 신용사회로 복귀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정보의 등록이 장기화함으로써 제2파산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회생법원의 개인파산실무에서 제2차, 제3차 파산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심화하고 있는 경기둔화는 소비를 기반으로 해야 반전을 이룰 수 있는데, 개인들의 신용거래가 막히면 소비를 증진시킬 수 없다.
개인도산은 면책을 통한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새로운 출발이라는 용어는 법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법원이나 학자들은 끊임없이 면책이라는 것과 새로운 출발을 연결하고 있다. 개인이 파산을 신청하는 이유는 면책을 통한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함이다. 새로운 출발은 개인에게 있어 궁극적인 목적이 됐고, 그 전제가 면책이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면책이 되면 새로운 출발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면책됐음에도 공공정보의 장기간 등록은 새로운 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금융위원회)가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 많은 재량이 인정된다. 정책은 현장의 어려움을 발견할 경우 즉시 개선하는 데 의미가 있다. 정책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집행돼야 하지만, 평등은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인 것이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여러 사정을 감안해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파산을 통한 면책에 관한 공공정보의 일률적 조기 삭제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대표이사처럼 부득이한 채무보증을 한 후 면책을 받았거나 면책 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만이라도 공공정보 조기 삭제의 특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아무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포용적 금융의 핵심가치를 실현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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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전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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