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에 삼전·하닉만 봤다간 놓친다?"…수익률 최대 3배 갈랐다는 변수[실험노트]
美 연구진, 상장사 9308개 분석
"기업 위치도 투자 변수"
뉴욕·실리콘밸리 등 고비용 지역 성장주
수익률 낮은 경향…"인건비·인프라 비용 영향"
"주식 하세요?" 코스피 랠리가 이어지면서 주변에서도 주식 이야기가 부쩍 늘었습니다. 2000대 만성적 '박스피'에 갇혀있던 코스피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15일 전인미답 8000피의 고지를 밟았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중심의 상승을 이어간 덕분인데, 이들 주식은 '30만 전자', '200만 닉스' 고지를 눈앞에 뒀습니다.
주식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면서 투자 열기도 뜨겁습니다. 투자자들은 지금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美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 "집값·물가 높은 지역일수록 투자 수익률 낮아"
최근 미국 연구진은 주가를 움직이는 또 다른 변수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기업이 자리 잡은 지역의 집값과 생활비였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실증금융저널(Journal of Empirical Finance)에 기업 본사 위치와 주식 수익률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3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9308곳을 분석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업의 성장성 자체보다 '본사가 어느 지역에 있느냐'가 투자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집값과 생활비가 높은 지역에 있는 기업일수록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생활비와 부동산 가격이 낮은 지역의 기업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미 실리콘밸리와 뉴욕 같은 고비용 지역 기업들에 주목했습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기업이 직원 급여나 사무실 임대료, 각종 인프라 유지비 등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됩니다. 결국 기업 운영에 쓰이는 돈이 늘어나면서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논문 공동저자인 티머시 시민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기업 본사 위치는 실제로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이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가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 생활비 비싼 지역선 노동력·인프라에 더 많은 비용 투입"
이번 연구는 금융시장의 오래된 난제 중 하나인 '가치주 우위 현상(value-growth premium)'을 설명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가치주는 현재의 기업 실적이나 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말합니다.
통상 시장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기술주보다 제조업·헬스케어 등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가진 가치주가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경우가 반복돼 왔습니다. 하지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이론은 부족했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에 부동산 시장 데이터를 결합했습니다. 기업을 가치주와 성장주로 나눈 뒤, 본사가 위치한 지역의 집값 수준까지 함께 분석한 것입니다. 성장주는 미래의 매출과 이익 증가율이 시장 평균보다 월등히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을 뜻합니다.
그 결과 고가 주택 지역에 있는 성장주 기업들의 수익률이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생활비가 비싼 지역에서는 기업이 노동력과 인프라 유지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 위치·집값 반영한 투자 전략, 성장주 중심 투자보다 최대 3배 성과
흥미로운 점은 연구진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투자 전략이었습니다. 기업 위치와 지역 부동산 시장까지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더니 연구진은 기존 성장주 중심 전략 대비 최대 3배 높은 수익률을 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연구진은 "기업이 비싼 지역에 있으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실리콘밸리처럼 첨단 기업이 밀집한 지역은 기술 교류와 인재 확보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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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연구는 우리가 흔히 "좋은 회사냐 아니냐" 정도로만 바라봤던 투자 판단 기준에 또 다른 변수를 던집니다. 앞으로 기업에 투자할 때 실적뿐만 아니라, 회사가 자리 잡은 동네 땅값과 물가까지 고려해야 할 듯합니다. 흔히 주식을 '불로소득'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밤새 차트와 씨름하고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정신노동을 수반합니다. 이제는 기업이 어느 동네에 있는지 살피는 루틴이 추가돼야 할 듯합니다. 사실 오르기만 하는 주식은 없죠. 폭락장에는 멘탈이 바스러지는 고통까지 감내해야 하는데, 세상에 이런 고난도 노동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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