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연정, 드론 2대에 붕괴
러 "나토 회원국도 보복가능" 압박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국 중심부를 향한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방전을 벌이면서 양측 중간에 놓인 동유럽 국가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최근 라트비아에서는 해당 드론 공방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치권의 책임공방이 벌어져 연립정부가 무너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라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에 협조한 국가는 보복할 수 있다고 압박하면서 안보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된 이후에도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며 서쪽으로 진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우크라 드론 공방전에 무너진 라트비아 연정
에비카 실리냐 전 총리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드론 공방전에서 라트비아의 석유저장시설이 피해를 입자, 이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지고 지난 14일 사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달 초부터 각각 키이우와 모스크바를 향해 대규모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던 지난 7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 발사했던 드론 2대가 경로를 이탈했다. 이어 라트비아 남동부 레제크네의 석유저장시설과 충돌해 폭발했다. 당시 저장고는 비어있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라트비아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책임공방이 시작됐다.
라트비아 국민들은 정부의 드론 방공 대책이 실패했다며 매우 강하게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드론이 라트비아에 처음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4년이었다. 이후 라트비아 정부는 지난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45%에서 5%까지 끌어올리고, 강력한 드론 방공망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드론 방어에 실패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자, 실리냐 총리는 대응 실패의 책임을 물어, 지난 10일 안드리스 스프루츠 전 국방장관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이어 본인이 국방장관을 대행하겠다고 밝혔다. 스프루츠 장관은 반발하면서도 "정치 공세에서 라트비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사임한다"며 장관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스프루츠 장관이 소속돼 있던 진보당이 해당 조치에 크게 반발하며 연정을 탈퇴했다. 애초 라트비아 정권은 실리냐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인 신통합당과 진보당, 녹색농민연합 등 3당으로 구성된 연정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실리냐 총리도 진보당의 연정 탈퇴로 의회 과반의석이 무너지자 사퇴했다.
라트비아에서는 아직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임시 총리직을 수행 중인 에드가르스 린케비치스 라트비아 대통령이 지난 16일 야권 정당 연합인 유나이티드리스트 소속 의원인 안드리스 쿨베르그스 의원을 차기 총리로 지명했다. 다만 의회의 내각 승인절차가 남아 있어 정치적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발트해 국가들 휘말린 드론 공포…"러 전자전 소행"
라트비아 뿐만 아니라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등 다른 발트해 국가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CNN에 따르면 20일 리투아니아에서는 벨라루스 방향에서 날아온 드론이 영공을 침범해 수도 빌뉴스를 포함하 남동부 전역에 대피경보가 내려졌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을 비롯한 내각 전원은 지하 벙커로 대피했다. 빌뉴스 공항이나 철도도 모두 폐쇄됐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지난 19일 우크라이나에서 날아온 드론을 나토군 소속 F-16 전투기가 미사일로 요격했다. 나토 회원국 영공으로 침범한 우크라이나 드론을 나토군이 직접 격추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3국은 자체 보유한 전투기가 없어 현재 나토 회원국들이 영공 방어를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로 향하던 드론들이 계속 발트해 국가들로 떨어지는 것은 러시아가 드론 교란을 위해 전자전을 벌인 결과로 분석된다. 리보 발게 에스토니아 공군참모총장은 군사전문매체인 디펜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전자전 교란과 프로파간다가 지속되는 한 발트3국에 대한 드론 잔존 위협은 여전하다"며 "전투기 출격과 강제 격추 상황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으며, 방공 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 "나토 회원국도 보복 가능" 라트비아 협박
라트비아의 혼란을 지켜보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라트비아 영내에 배치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보복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 유엔 러시아 대사는 지난 19일 미국 뉴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라트비아 영토 내 기지에 드론 부대를 배치, 러시아를 공격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라트비아의 나토 회원국 지위가 보복을 막아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평화적 해결 의지가 없다. 돈바스 등 이른바 '러시아 영토'에서의 철수와 휴전 명령이 선행돼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대외정보국(SVR)도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인 무인시스템군 소속 병력이 러시아 공격을 위해 라트비아 영토에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SVR은 "라트비아의 아다지 등 5개 지역에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주둔하고 있다"며 "나토 회원국 지위도 테러 공범에 대한 정당한 보복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트비아 측은 러시아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니타 파블루타-데슬랑드 라트비아 주유엔 대사는 "(러시아의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는 완전한 허구"라고 반박했다.
안드리 멜니크 우크라이나 주유엔 특사는 오히려 러시아의 공격이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주장이 "동화 속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공격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본격적인 침공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시기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EU에 퍼지는 러 서진 우려…"유럽은 단결로 대응할 것"
미국과 유럽도 러시아의 행태를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한 태미 브루스 주유엔 미국 부대사는 "나토 회원국을 위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은 나토에 대한 모든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발트 3국에 대한 러시아의 공개적인 위협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우리 동부 국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드론 공격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유럽은 단결과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드론 공격 사건들은 러시아의 무모하고 불법적이며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라며 "에스토니아에서 나토 전투기들이 신속히 대응했던 노력이 바로 우리가 계획해온 것들"이라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 대한 대대적인 서진정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주요 외신과의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수개월내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수도 있다. 나토가 러시아의 공격 같은 상황에 정치적, 군사·물류적으로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러시아의 나토 회원국 공격시 미국이 나토 방위조약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도 관건"이라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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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인접한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교착 상태에서 러시아가 유럽으로 확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덴마크 국방정보국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6개월 내 인접국을 상대로 국지전을, 2년 내 발트지역에서 지역전을, 5년 내 유럽 전체를 상대로 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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