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의심 땐 빠른 냉각 우선
의식 저하 환자 물 먹이면 위험
고령자·만성질환자 폭염 주의

5월부터 때이른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가동된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69명이 발생했고 사망자도 1명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환자 수가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여름철 폭염은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변수가 된다. 고온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몸의 체온 조절 기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온열질환이 나타난다. 가벼운 어지럼증이나 근육경련으로 시작해도 짧은 시간에 의식 저하나 장기 손상으로 번질 수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온열질환은 크게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열경련으로 나뉜다. 사람 몸은 뇌의 체온조절중추 덕분에 바깥 기온이 오르내려도 비교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한다. 하지만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아 땀이 잘 증발하지 않는 환경에서 오래 활동하면 몸속 열을 제때 내보내지 못한다. 이때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고 탈수와 전해질 이상이 겹치면서 병이 생긴다.


한 남성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한 남성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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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이 열사병이다. 체온 조절 기능 자체가 무너져 중추신경계 이상과 전신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형태다.

증상은 단계별로 나타난다. 초기에는 두통, 어지럼증, 심한 피로감, 메스꺼움, 근육경련, 식은땀 등이 보인다. 열탈진이면 땀을 많이 흘리고 피부가 창백하거나 축축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열사병은 의식 저하, 혼돈, 발작 같은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고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게 보일 수 있다.


다만 흔히 알려진 '땀이 없으면 열사병'이라는 구분법은 위험하다. 열사병에서도 땀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에 노출된 뒤 의식에 변화가 생겼다면 일단 열사병 가능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환자가 생겼을 때 병원 도착 전까지 가장 중요한 처치는 빠른 냉각이다. 우선 그늘이나 냉방이 되는 곳으로 옮기고 꽉 끼는 옷은 느슨하게 풀거나 벗긴다. 피부에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로 바람을 쐬어 증발 냉각을 유도하면 좋다.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처럼 굵은 혈관이 지나는 부위에 아이스팩을 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은 의식이 떨어진 환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기도로 물이 넘어가는 흡인 위험이 있다.


열사병이 의심되거나 의식 저하, 경련, 지속적인 구토, 심한 탈진이 함께 나타나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송 전까지 냉각은 계속하되, 쓰러지면서 머리나 목을 다쳤을 가능성이 있다면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필요하면 구급대원이나 의료진 도움을 받아 경추 보호 같은 안전 조치를 하면서 옮긴다.


예방의 기본은 폭염특보와 체감온도를 매일 확인하고 가장 더운 시간대의 야외활동을 줄이는 것이다. 과거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주로 강조됐지만, 최근에는 늦은 오후까지 고온이 이어지는 날이 많아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전후까지도 주의가 필요하다. 야외활동이 불가피하면 그늘에서 자주 쉬고 물을 규칙적으로 마시며, 통풍이 잘되는 밝은색 옷과 모자를 활용하는 게 좋다.


특히 고령자, 영유아, 임신부, 만성질환자가 취약하다. 심혈관질환·당뇨병·신장질환 환자, 이뇨제나 항콜린제처럼 체온 조절과 탈수에 영향을 주는 약을 먹는 사람도 위험이 크다. 혼자 지내는 고령자나 야외 노동자는 주변에서 안부를 챙기고, 증상이 보이면 일찍부터 휴식과 냉각 조치를 해야 한다.


임지용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임지용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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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용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은 단순히 '더위를 먹은' 상태가 아니라 뇌의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서 전신 장기 손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라며 "치료가 늦어지면 의식 저하, 다발성 장기부전, 혈액 응고 장애와 출혈성 합병증까지 생길 수 있어 초기 냉각과 신속한 이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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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이어 "폭염 속에서 쓰러진 환자는 넘어지면서 머리나 목을 다치는 2차 손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의식이 없거나 반응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일으켜 세우거나 물을 먹이기보다 즉시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 도착 전까지 가능한 범위에서 체온을 낮추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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