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투쟁은 또 반복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의 문 앞에서 사측과의 잠정합의를 이뤄냈지만 넘어야 할 큰 산이 생겼다. 삼성전자 노조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다. 여론은 삼성전자 노조가 과하게 많은 이익을 탐한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카카오,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등 다른 대기업 노조도 보상을 요구하면서 여론은 연쇄적인 파업의 시발점으로 삼성전자를 꼽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공장 가동 중단을 내세우면서 원하는 바를 얻었지만 여론이란 비용을 과도하게 소모했다. 새로운 유형의 '승자의 저주'가 된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보고도 다른 대기업 노조가 분쟁에 뛰어드는 건 유심히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초점은 성과 분배의 공정에 있다. 카카오 노조는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임원은 150%에 달하는 단기 성과급을 책정한 반면, 일반 직원 성과급 재원은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와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각각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다. 과거 노조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안전한 일터" "과로 없는 환경" 혹은 가끔 보이던 정치적 구호는 전혀 없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직원한테도 돈을 많이 주라는 것이다.
과거 주류의 논리는 새로운 유형의 노조에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젊은 세대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대기업 노조의 관심은 오직 공정한 성과 분배에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회사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재원 축적이 필요하다고 하겠지만, 젊은 세대는 회사에 얽매이지 않은 존재다. 여차하면 회사를 떠나면 된다. 하청노동자와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양대노총의 논리 역시 이들에게는 먹혀들지 않는다. 자신이 기여한 만큼 받아 가고, 비슷한 기업의 같은 부문의 직원 간 처우만 비슷하면 된다.
대기업 노조의 성과 분배 요구란 암초에 부딪히기 전, 우리 사회는 잠깐 경제 실적에 취해있었다. 코스피는 단숨에 7000선을 돌파했고 미국·이란 전쟁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액 및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여당은 현 정권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거나 야당은 일부 기업에만 쏠린 수출 실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역대급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았다. 실적 뒤에 당연히 따라와야 할 성과 분배에 대한 문제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언급에 가짜뉴스, 공산주의 등 본질과는 무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노조와 같은 성과급 투쟁은 향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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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공정한 성과 분배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성과를 얼마만큼 나눠야 하는지 적정한 선을 정해야 한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자칫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성과 지급에 소극적인 사측의 태도는 타 기업으로의 인재 유출이란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노조 요구 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등 소통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노조는 폭력적인 수단을 택하지 말아야 하고, 사측은 노조 요구에 무조건 귀를 닫아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 노사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간 것은 상징적이다. 달라진 환경에 사측과 노조 모두 적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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