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끼어 질식하는데 10여명 지나쳐
구조 뒤 혼수상태, 열흘 만에 숨져
유족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교통당국 대응 지연도 도마에

미국 보스턴 인근의 한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에 옷이 끼인 40대 남성이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구조가 지연되다 끝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여러 행인이 남성 곁을 지나치고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 모습이 담겨 현지에서 방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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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포스트와 NBC 등 현지 매체는 에스컬레이터에 옷이 끼여 움직이지 못하는 남성이 20분 넘게 방치된 끝에 숨지는 사고가 미국에서 발생한 가운데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이 즉각 신고하거나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은 정황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고는 지난 2월 27일 오전 5시 전후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의 MBTA 데이비스역에서 발생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스티븐 맥클러스키(40)는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던 중 하단부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이 과정서 그가 입고 있던 옷이 에스컬레이터 기계부에 끼였고, 목 부위가 강하게 조여지며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CCTV 영상에는 맥클러스키가 다리를 움직이며 빠져나오려 애쓰는 모습이 담겼다. 한 남성이 잠시 그의 다리를 잡아당기는 등 도우려 했지만, 곧 현장을 떠났고, 이후 10여 명의 승객이 주변을 지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첫 911 신고가 접수된 것은 사고 발생 약 18분 뒤였다. 에스컬레이터가 멈춘 것은 그보다 더 늦었다. MBTA 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비상정지 버튼을 누른 시점은 사고 발생 후 22분 이상 지난 뒤였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당시 맥클러스키는 이미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 구조대는 그의 옷이 에스컬레이터 내부로 말려 들어가 목을 조이고 있었으며, 등 부위 피부도 기계에 끼여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보고했다. 구조대원들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일시적으로 맥박을 회복시킨 뒤 그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맥클러스키는 혼수상태에 빠진 끝에 지난 3월 9일 숨졌다.


유족은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며 당국과 주변 승객들의 대응을 비판했다. 맥클러스키의 어머니 메리 플래허티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도 아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며 "누군가 단 1분만 시간을 냈다면 그는 오늘 여기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동생 섀넌 플래허티도 "왜 오빠의 죽음을 막지 못했는지 알고 싶다"며 책임 있는 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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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이상 경력의 에스컬레이터 전문가는 현지 매체에 "대중교통 기관은 승객 안전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의무를 진다"며 "22분의 대응 시간은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MBTA 측은 이번 일을 "끔찍한 사고"라고 밝히며 "비상 상황에서는 누구나 에스컬레이터 상·하단에 있는 빨간색 'STOP' 버튼을 눌러 운행을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시 911에 신고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MBTA는 사고 직후 해당 에스컬레이터를 운행 중단하고 점검했으나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지 검찰은 현재 맥클러스키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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