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전쟁으로 인터넷 차단 강화
"네트워크 연결성, 평시의 1~2% 수준"
"기업, 외국과 연결 끊겨 문 닫고 있어"
역사상 가장 길고 강도 높은 인터넷 차단으로 이란의 경제난이 깊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란의 인터넷 제한은 지난해 12월 전국적으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당국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올해 1월 8일 본격화한 차단은 같은 달 28일 일시 완화됐다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처음 공격한 2월 28일 재개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차단 이전에도 이란의 인터넷 검열은 악명이 높았다. 이란 기업들은 텔레그램·인스타그램·왓츠앱 같은 앱을 통해 고객 소통과 주문 처리를 해왔고, 소규모 온라인 판매자들은 수입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최근 개별 플랫폼 차단을 넘어 인터넷 연결 자체를 완전히 끊기 시작했다.
인터넷 모니터링 단체 '넷블록스'에 따르면 이란의 네트워크 연결성은 시위 이전 90~100%를 유지하다가 최근 몇 주간 평시의 1~2% 수준으로 떨어졌다. 넷블록스 설립자 알프 토커는 "우리가 추적한 것 중 현대 인터넷 연결 역사상 범위와 기간 측면에서 가장 심각하다"며 "이란 기준에서 봐도 극단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인터넷 블랙아웃이 전쟁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이란의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은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고 통화 가치는 역대 최저로 추락한 가운데 1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외국 고객과의 연결이 끊긴 기업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전문 경제학자인 모하마드 레자 파르자네간 독일 마르부르크 필립스대 교수는 "약 1000만 개의 일자리가 이란 디지털 경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정도 규모의 접근 제한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기업 신뢰를 약화하고 불평등을 심화한다. 부유하거나 인맥이 좋은 사용자들만 안정적인 연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 차단의 여파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며 "인터넷 접속이 갑자기 제한될 수 있는 나라는 투자와 무역 측면에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환경이 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외국 사이트 접속을 허용하는 '인터넷 프로'라는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으나, 가격이 비싸고 신원 확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사타르 하셰미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달 초 국영 매체 인터뷰에서 인터넷 제한에 대해 "국가 전시 상황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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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과 이란은 종전 협상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매체 ISNA(학생통신사)는 21일 "미국과의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모흐신 나크비 내무장관이 테헤란을 찾아 미국 측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했다"면서도 "몇 가지 이견에 대한 협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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