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 아파트 '조직적 집값 담합' 소유자 6명 송치
179명 비공개 단톡방서 '좌표 찍기'…허위신고만 157건
정상 매물 차단돼 시세 왜곡…용인 '중개사 카르텔'도 수사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를 활용해 민원 서식을 만들고 가상번호까지 동원해 공인중개사를 조직적으로 압박해 온 아파트 주민들이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에 적발됐다. 이들은 비공개 단톡방을 만들어 자신들이 정한 하한선 아래로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좌표 찍기' 신고를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가격담합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사건 개요. 경기도 제공

아파트 가격담합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사건 개요. 경기도 제공

AD
원본보기 아이콘

경기도는 카카오톡 비공개 오픈채팅방을 악용해 조직적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을 담합하고 공인중개사의 영업을 방해한 혐의(공인중개사법 위반)로 하남시 소재 A아파트 단지 소유자 6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수사 결과, 이들은 소유자 179명이 참여한 비공개 단톡방을 운영하며 집값을 통제해 왔다. 이들이 공유한 가이드라인은 '매매 11억원, 전세 6억5000만원'이었다. 이 가격 이하로는 절대로 매물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집주인에게 의뢰받은 정상 가격(11억원 미만)으로 광고를 올리자, 이들의 조직적인 '보복 행위'가 시작됐다. 단톡방 지도부는 역할을 철저히 분담해 움직였다.

이들의 범행은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조직적이었다. 주도자 A씨는 집단 민원 서식을 직접 제작해 배포하며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B씨는 매물 현황을 엑셀로 관리하며 발신번호 표시제한이나 가상번호(투넘버)를 이용한 익명 항의 요령을 교육했다. C씨는 폭탄 민원과 전화 공세를 주도했고, D씨는 특정 업소를 지목해 악의적으로 시세를 비방했다. E씨는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ChatGPT)를 활용해 민원 양식을 생성한 뒤 단톡방 참여자들의 집단 신고를 유도했다.


이들의 조직적인 방해 공작으로 인해 피해 공인중개사 F씨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밤낮없는 협박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정상 매물이 '허위 매물' 신고로 인해 네이버 부동산에서 차단되면서 인근 부동산 시세가 인위적으로 상승하는 등 시장 왜곡 현상까지 초래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좌표'를 찍고 관할 지자체인 하남시청(73건)과 네이버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센터(84건)에 넣은 신고는 수개월간 총 157건에 달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들이 신고한 매물 중 실제 허위 매물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조직적인 방해 공작은 시장을 즉각 왜곡시켰다. 무차별적인 허위 신고 누적으로 인해 네이버 부동산 등 포털 사이트에서 해당 중개사의 정상 매물 광고가 강제로 차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매물 광고가 막히면서 해당 중개업소는 사실상 영업이 중단되는 실질적인 피해를 보았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나와 있던 저가 매물 광고들이 강제로 숨겨지면서 해당 단지의 아파트 시세가 인위적으로 상승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피해를 입은 공인중개사 F씨는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협박성 연락과 폭탄 민원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없었고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제33조는 안내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의뢰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거나, 정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방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번 사건이 올해 2월부터 국무조정실 부동산감독추진단 주관으로 운영 중인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 협의회'의 기관 간 공조를 통해 이뤄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도는 국토교통부, 경찰청, 국세청 등과 격주로 수사 현황을 공유하며 단속망을 좁혀왔다.


한편, 경기도는 주민 담합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들 간의 고질적인 '그들만의 카르텔'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용인시 일대에서 친목회를 구성해 비회원 중개업소와의 공동중개를 금지하고 거래를 막은 공인중개사 친목회 운영진 3명을 수사 중이며 다음 달 중 이들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D

김용재 경기도 토지정보과장은 "이번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AI 기술까지 악용해 조직적으로 가격을 담합하고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방해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남=이종구 기자 9155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