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엉덩이 쳤다” 경찰 불송치, 檢 재수사로 녹음파일 찾아 ‘소년부 송치’
경찰이 덮을 뻔한 14세 女 추행 피해
檢 보강 조사 지휘로 전모 밝혀
보이스피싱 꼬리자르기·돌려막기
불송치' 사건 맹점 파고들어 줄기소
檢 "철저한 사법통제로 진실 규명"
16세 남성이 14세 여학생을 강제추행하고 "장난으로 엉덩이를 친 것"이라고 주장해 사법경찰관 단계에서 불송치로 종결될 뻔한 사건이 검찰의 재수사로 녹음파일이 발견돼 기소로 처분이 뒤집어졌다.
22일 서울중앙지검은 이처럼 사법경찰관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재수사요청'이라는 사법통제 장치를 작동시켜 숨은 범행을 밝혀낸 주요 사례들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4세 여학생 강제추행 사건이다. 16세 남성이 14세 여학생을 강제추행한 사건에서 사법경찰관은 "서로 장난으로 엉덩이를 친 것일 뿐이다"라는 피의자 주장과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부족을 이유로 불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자에게 허위 신고 동기가 없다고 판단해 담임교사와 학원 관계자 및 친구들을 상대로 한 면밀한 재수사를 했다. 그 결과 피해 직후 지인들에게 털어놓은 사실과 범행 상황 일부가 담긴 녹음파일이 추가로 발견해 피의자는 소년보호사건으로 지난 2월 송치됐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도 경찰의 불송치 판단이 뒤집혔다. 한 피의자는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돈을 조직원에게 전달해 놓고 "대출을 받기 위해 성명불상자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발뺌해 사법경찰관으로부터 불송치 처분을 받아냈다. 그러나 검찰이 조직원과 나눈 대화 내역을 분석해 불법성을 충분히 인식한 정황을 재수사로 밝혀냈다. 이 사건은 송치됐고 피의자를 재판에 넘겨 지난해 10월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통장을 무단 대여한 또 다른 피의자 역시 대포폰이 개통돼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해 불송치됐으나, 검찰이 해당 피의자의 과거 대포폰 유통 가담 전력과 동일 수법 공범의 송치 처분 사례를 근거로 불법성 인식을 입증해 기소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약식명령이 확정됐다.
이밖에 영상 제작 투자를 빙자한 사기 사건에서도 피의자가 영상 제작 투자 수익을 피해자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하자 사법경찰관은 이를 수용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 영상 제작 비용 관련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을 짚어내고 계좌추적을 지휘했다. 재수사 결과, 피의자는 영상 제작은커녕 다수 투자자의 돈을 빌려 이른바 '돌려막기'를 해온 사실이 적발돼 기소됐다.
이외에도 토지 내 미등기 건물(굿당)을 쫓아내기 위해 다수가 이용하는 등산로에 350m 길이의 펜스를 설치한 피의자는 구청 허가를 받았다는 변소로 사법경찰관의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실제 허가 여부와 도로의 성격을 재확인하도록 지시한 결과, 피의자가 허가 범위를 벗어나 시정명령까지 받은 사실과 불특정 다수인이 사용하는 등산로를 무단 폐쇄한 점이 드러나 일반교통방해 및 업무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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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앙지검은 이같은 유형의 재수사 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가해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됐다는 이유로 사법경찰관이 불송치해 종결될 뻔한 교통사고 사건은 수사 기록에 남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한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거쳐 운전자 바꿔치기를 넘어 보험금 편취 목적의 범인도피 범행이었음이 밝혀져 기소됐다. 또 전 미국 국제형사사법대사의 이재명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서도, 명예훼손 결과가 국내에서 발생해 재판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사법경찰관의 불송치 결정 2건에 대해 지난 12일 재수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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