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2집 '퓨어플로우 파트 1' 발매
타이틀곡 '붐팔라' 마카레나 샘플링
11개 트랙에 담긴 멤버들의 고백
두려움 끌어안은 '피어리스 2.0'
데뷔 4년차 끈끈한 자매애 무기

그룹 르세라핌이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허윤진, 카즈하, 사쿠라, 홍은채. 쏘스뮤직 제공

그룹 르세라핌이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허윤진, 카즈하, 사쿠라, 홍은채. 쏘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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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없다고 외치던 우리가 이제는 두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진짜 강해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번 앨범은 르세라핌의 '피어리스(Fearless) 2.0'입니다."


그룹 르세라핌이 22일 정규 2집 '퓨어플로우 파트 1(PUREFLOW pt.1)'을 발매한다. 2023년 발매한 정규 1집 '언포기븐(UNFORGIVEN)'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정규 음반이다. 그사이 이들은 첫 번째 월드투어를 마치고 싱글 '스파게티'로 전 세계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숨 가쁘게 달렸다.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르세라핌 멤버들의 얼굴에는 컴백을 앞둔 긴장감보다 내면이 단단해진 이들 특유의 여유가 묻어났다.

데뷔곡 '피어리스'부터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이들은 이번 앨범에서 '변화'와 '성장'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앨범명 '퓨어플로우'는 고전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문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데뷔 초 팀을 상징하던 '나는 두려움이 없다. 그러므로 강력하다'는 원문을 '우리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강하다'로 재해석했다.


허윤진은 "과거에는 두려움이 없기에 강하다고 외쳤지만 수많은 무대에 오르며 두려움이야말로 성장을 위해 꼭 밟아야 하는 단계임을 깨달았다"며 "강함(POWERFUL)이라는 단어의 철자를 재배열해 퓨어플로우라는 앨범명을 직접 제안했다"고 말했다. 두려움을 부정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나아가는 태도가 르세라핌이 새롭게 정의하는 강인함이다.

타이틀곡 '붐팔라(BOOMPALA)'는 무거운 고민을 거쳤지만 역설적으로 한없이 유쾌하고 신나는 곡이다. 라틴 하우스 장르를 기반으로 1990년대 세계적인 히트곡 '마카레나'를 샘플링했다. 누구나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리듬에 따라 추기 쉬운 안무를 얹어 현대인이 겪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쾌함으로 가볍게 날린다.


이 밝은 댄스곡의 이면에는 불교 반야심경이 말하는 공(空)과 무(無)의 개념이 깔려 있다. 카즈하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고독이나 불안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도 고정된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며 "영원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 크게 와닿았고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금을 즐기며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붐팔라라는 주문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안무와 뮤직비디오 역시 곡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이혜인 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는 명상 자세를 취하자 불안이 리듬으로 바뀌고 퍼레이드 차 위에서 축제를 벌이는 장면 등을 통해 초현실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멤버들은 반복과 여백을 적절히 섞은 직관적인 동작들로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모습을 춤으로 풀어냈다.


멤버들의 앨범 제작 참여도 눈에 띈다. 다섯 멤버 모두가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11개 트랙에 빼곡히 채워 넣었다. 지난달 24일 선공개한 리드싱글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에는 김채원과 허윤진이 참여했다. 멜로딕 테크노와 하드스타일 장르를 섞어 두려움을 마주할 내면의 힘을 얻은 순간을 강렬하게 자축했다.


허윤진이 작년 여름 송캠프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아이러니(Irony)'는 베일리 펑크 스타일의 트랙이다. 허윤진은 "오랫동안 추구해 온 완벽한 이미지를 억지로 움켜쥐려 하기보다 모래알처럼 흘려버렸을 때 오히려 가벼워지고 해방감을 느꼈다는 고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르세라핌 정규 2집 콘셉트 포토. 쏘스뮤직 제공

르세라핌 정규 2집 콘셉트 포토. 쏘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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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는 "다양한 장르에 르세라핌만의 색깔을 덧입히는 데 집중했다"며 "존 케닉의 책 '슬픔에 이름 붙이기'에서 영감을 받아 타인의 우주를 묘사한 팝 '손더(Sonder)', 글로벌 Z세대에게 주목받는 래퍼 알리야 인털루드가 피처링한 댄스 팝 '사키(Saki)', 팀을 억압하는 시선에 맞서 자유를 선택하겠다는 록 기반의 '크리처스(Creatures)' 등 수록곡 하나하나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소개했다. 실제 차량 이동 중 멤버들이 나눈 생생한 대화를 그대로 담은 스킷 트랙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도 담겼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 서는 이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은 멤버들 사이의 끈끈한 '자매애'다. 이들은 기쁠 때보다 가장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밑바닥을 보였을 때 진정한 연대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허윤진은 지난해 연말 시상식 무대를 준비하던 날을 떠올렸다. 연습 도중 갑작스러운 공포와 두려움이 몰려와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허윤진은 "무대에 오르는 걸 겁내고 있다는 사실을 들킬까 봐 혼자 꼭꼭 숨고만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용기를 내어 멤버들에게 털어놓으니 모두가 내 마음을 이해해 줬다. 솔직한 약점을 드러내고 위로를 받으면서 단단하게 극복할 힘을 얻었다"고 떠올렸다.


외동딸로 자라 누군가와 자매처럼 지내는 것이 처음엔 낯설었다는 사쿠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가족보다 더 자주, 혼자 있고 싶을 때조차 봐야 하는 사이다. 우리는 서로의 성격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 방식을 찾고 나니 진짜 자매가 되더라"고 말했다.


이러한 자매애는 수록곡 '우리 어떻게 더 사귈 수 있을까'와 '트러스트 엑서사이즈(Trust Exercise)'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서로 다른 성격과 표현 방식의 차이를 좁히고 천천히 다가가고 싶은 고양이 같은 감정을 솔직한 언어로 풀어냈다.


어느덧 데뷔 4주년. 르세라핌은 오는 7월부터 시작하는 두 번째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다. 투어 일정에는 카즈하가 과거 발레를 유학했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럽 지역이 대거 포함됐다. 카즈하는 "유학 시절의 추억이 많은 곳에 이제는 르세라핌 멤버들과 함께 가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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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진은 "나를 향한 확신이 흔들릴 때 가장 두렵지만, 그 감정을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동력으로 바꿀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데뷔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다. 4년이 지난 지금은 멤버들과 눈을 맞추고 무대를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며 "데뷔 전부터 4년 내내 흔들림 없이 저희를 지지해 준 팬들을 만나면 큰 책임감을 느낀다. 누군가 불안과 외로움에 빠져 있다면 우리 음악을 듣고 당당하게 마주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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