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길래 누워봤어요"…2030 여성 몰리는 '쑥더미 찜질' 정체
"난임에 좋다고?"…'효소찜질·쑥뜸' 열풍
"배 따뜻해야 한다" 여성에게 인기
효소찜질 결제 47.5% 2030세대
난임 시술 20만건…20대도 2만명
"검은색 가루 속에 파묻혀 있으면 꼭 두바이 초콜릿이 된 기분이에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겁지만, 몸속 깊숙이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이라 끊을 수가 없네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효소 찜질방.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쑥과 쌀겨 냄새와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70도 이상의 미생물 발효열을 이용하는 이곳은 평일 저녁임에도 예약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회 10만원이라는 가격에도 주말이면 하루 40명 가까운 예약이 꽉 찬다. 눈에 띄는 점은 손님의 연령대다. 과거 고령층이나 중년층의 건강비법으로 불리던 효소찜질의 주 손님층은 이제 20대와 30대 여성들이다.
10년째 이곳을 운영 중인 윤모씨(59)는 "1~2년 새 젊은 분들이 난임 시술을 받다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22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효소찜질 가맹점 결제 건수의 47.5%가 2030세대였다. 2023년 1분기(30.1%)와 비교하면 17.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쑥뜸 가맹점 결제 건수 역시 같은 기간 2030세대 이용 비중이 13.3%에서 40.7%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젊은 여성들이 뜨거운 효소와 매캐한 쑥 연기를 찾는 배경에는 단순한 피로 해소를 넘어 늦어지는 결혼과 출산 속에서 건강한 몸을 관리하려는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날 만난 공무원 부부 서찬미씨(32)는 "보건소 가임력 검사에서 임신 확률 40% 미만이라는 통보를 받고 남편과 부둥켜안고 울었다"며 "그때부터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쑥뜸, 효소찜질, 좌훈 등 안 해본 게 없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박소영씨(38)도 "임신 준비가 2년 가까이 이어지다 보니 마음이 급해져 카페 후기 보고 쑥찜질을 시작했다"며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효소찜질방에서 기자가 70도 이상의 발효 효소 속에 몸을 묻는 체험을 하고 있다. 직원이 삽으로 뜨거운 쑥·쌀겨 효소를 퍼 올려 목 아래까지 덮자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마와 종아리, 팔뚝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박호수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과거와 달리 젊은 세대의 가임력 관리와 난임 시술에 대한 관심도는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2023년 국내 전체 난임 시술 건수는 20만3101건으로 2019년(14만6354건)보다 38.9% 증가했다. 시술 연령층도 점차 젊어지는 추세로, 난임 시술 여성 평균 연령은 2022년 37.9세에서 2023년 37.3세로 낮아졌고 20대 난임 환자 역시 2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시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사업 참여자는 2023년 219명에서 지난해 825명으로 1년 만에 약 3.7배 증가했는데, 참여자 10명 중 8명은 20~30대였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젊은 신혼부부들이 난임 경험과 건강관리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는 '난임 일기' '시험관 브이로그' 같은 콘텐츠가 잇따라 올라오고, 난임 치료 과정이나 배란 검사, 식단 관리, 병원 후기 등을 공유하며 서로 정보를 나누는 식이다. 유튜버 김서령씨(29)는 "난임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지만 혼자 숨기고 있기보다 함께 경험을 공유하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늦어지는 결혼과 출산의 시대를 경험하는 2030세대가 새로운 웰니스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여성 평균 출산연령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SNS 후기 콘텐츠가 다양한 젊은 층 소비를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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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료계는 민간요법을 맹신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생활 습관 개선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특정 민간요법 효과를 과신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며 "병원 가임력 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조기에 확인하고 치료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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