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포즌 "美, 자유무역·안보 '보험'서 '갈취'로…달러 신뢰 균열"[2026금융포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재정 불안, 정치적 불확실성이 누적되면서 달러 중심 국제금융 질서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그는 "미국 정치 불확실성 확대, 중국과 한국·일본·아세안 간 협력 강화, 유럽 공동채권 발행 확대 등이 달러 수요 약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포즌 소장은 달러 패권 약화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역할 확대 가능성도 제시했다.
애덤 포즌 美 PIIE 소장 특별강연
재정 불안·관세·동맹 거래화…달러 신뢰 훼손 경고
달러 패권 약화 속 다극화 가능성
한국 공급망 역할 커질 것…원화 국제화는 한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재정 불안, 정치적 불확실성이 누적되면서 달러 중심 국제금융 질서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이 21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에서 줌(Zoom) 연결을 통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26.5.21 김현민 기자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미래금융 대전환 : 생산적 자본의 시대와 새로운 금융질서'를 주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Asian Financial Forum 2026) 특별강연에서 "달러 중심 질서는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이전과 같은 절대적 지위를 장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날 '달러 패권은 지속될 수 있는가 : 글로벌 통화 질서 변화 속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근의 '킹달러' 현상이 달러의 구조적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포즌 소장은 평가했다. 그는 "이란 관련 불안으로 단기적인 달러 유입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달러 신뢰를 훼손하는 요인들이 누적되고 있다"며 "미국의 재정 상황과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유무역·안보 질서→갈취 구조로…동맹도 흔들
포즌 소장은 달러 체제가 현재 '숨겨진 추세 변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표면적으로는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달러 시스템의 신뢰를 흔드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미국이 자유무역과 안보 우산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 사실상 '보험 서비스(insurance service)'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무역·안보·금융 전반에 걸쳐 '갈취(extortion)'에 가까운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달러 자산의 장기적 매력을 훼손하는 구조적 변화"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미국 중심의 안보 동맹 체제 변화를 지목했다. 포즌 소장은 "달러는 단순한 통화가 아니라 안보 관계 위에 구축된 시스템"이라며 "미국의 안보 공약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수록 달러의 유용성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로 미국이 동맹 관계를 보다 거래적으로 접근하면서 이런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그는 "관세는 한 번 부과되면 쉽게 철회되지 않아 기존 자유무역 체제로 돌아가기 어렵다"며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직접 투자와 무기 구매, 에너지 구매 요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일본·유럽 등 동맹국들은 국방비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미국 금융 제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체 결제 시스템과 통화스와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재정·통화정책 역시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포즌 소장은 관세와 반이민 정책, 국방비 증가, 확장 재정 등이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예상보다 오래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산업정책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중립금리 수준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실제 금융 여건은 생각보다 느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이 21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에서 줌(Zoom) 연결을 통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26.5.21 김현민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달러 패권 약화 속 다극화 가능성…"한국 역할 커지지만 원화 국제화는 한계"
다만 포즌 소장은 달러를 즉각 대체할 통화가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유로화와 위안화가 일부 역할을 확대할 수는 있지만, 달러 중심 체제가 단기간에 붕괴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약화되며 다극화 체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정치 불확실성 확대, 중국과 한국·일본·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간 협력 강화, 유럽 공동채권 발행 확대 등이 달러 수요 약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포즌 소장은 달러 패권 약화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역할 확대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미국도 중국도 아닌 공급망을 원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반도체와 방위산업,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선택권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화 국제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포즌 소장은 "한국은 매우 정교한 투자자와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싱가포르·런던·뉴욕 같은 글로벌 금융허브 수준의 금융 서비스 산업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장기간 재정 흑자를 유지해온 만큼 원화 표시 국채 시장 규모와 깊이 역시 제한적"이라며 "미국 정부,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원화 국제화를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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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원화가 달러나 유로를 대체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싱가포르 달러나 노르웨이 크로네처럼 특정 분야와 지역에서 의미 있는 국제 통화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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