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협상 롯데렌탈 1.6조 매각 무산

1조6000억원 규모의 롯데렌탈 매각이 무산되면서 호텔롯데의 유동성 확보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15개월간 끌어온 롯데그룹과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지분 매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최종 무산됐다. 호텔롯데는 향후 롯데렌탈의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는 구상이지만, 롯데그룹의 재무 전략 전반에 걸쳐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전날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카리나 트랜스포테이션 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 해제에 따른 지분 변동을 공시했다. 지난 18일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롯데렌탈 최대 주주인 호텔롯데와 주요주주인 부산롯데호텔은 롯데렌탈 지분 매각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공정위에 기업결합 승인을 요청했지만, 최종 승인이 불허됐다.

15개월간 끌어온 롯데렌탈 매각 결국 무산…공정위 제동에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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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는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24년 12월 어피니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이듬해 3월 11일에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약 2039만6594주로, 올 1분기 말 기준 발행주식총수 대비 56.2%에 해당하는 규모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주식을 주당 7만7115원, 총 1조5729억원에 인수키로 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롯데렌탈 주가가 3만원을 밑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약 2.6배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를 추진하기 약 4개월 전인 2024년 8월 국내 2위 렌터카 업체인 SK렌터카 경영권을 확보한 점에 주목했다. 이를 두고 국내 렌터카 시장 내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해석이 나왔다. 높은 인수가 역시 향후 시장 지배력 강화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공정위가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인수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15개월간 이어진 딜은 결국 백지로 돌아가게 됐다.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의 합산 점유율은 과점 기준인 40%에는 못 미치지만, 렌터카 시장 특성상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공정위가 시장 경쟁 제한을 우려로 불허한 것이다. 어피니티는 이번 딜 성사를 위해 SK렌터카를 매물로 내놨지만, 실익을 거두지 못한 채 딜을 중단하게 됐다.


공정위 결정으로 롯데렌탈이 추진하던 유상증자 계획도 철회됐다. 롯데렌탈은 공시를 통해 최대 주주 변경에 따른 기한이익상실(EOD) 및 사채 조기상환 요구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조달을 추진했으나 거래가 무산되면서 관련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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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현금 창구 호텔롯데…차입금 감축 난항

롯데그룹도 당장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던 현금흐름에 차질이 생기면서 재무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호텔롯데는 그동안 그룹의 자금 수혈을 맡아왔다.


그룹 전반의 유동성 부담은 지주와 핵심 계열사 재무에서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롯데지주의 현금성 자산은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롯데지주의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209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3916억원) 대비 약 3700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재무 활동을 통한 현금유입 규모는 2조6528억원에 달했다. 단기차입금 차입 1조6093억원, 장기차입금 차입 3664억원, 회사채 발행 4765억원 등 외부조달을 통해 유동성을 메우는 흐름이다.


차입구조 자체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만기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롯데지주의 총 차입 규모는 유동부채 3조6086억원, 비유동부채 4조8870억원 등 총 8조495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조7134억원) 대비로는 약 2200억원 감소했다. 다만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성 장기차입금은 지난해 1분기 말 5997억원에서 올해 8560억원으로 늘었다. 장기 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단기 유동성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시장이 호텔롯데의 유동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호텔 및 면세 계열사의 재무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호텔롯데가 사실상 그룹의 현금 창구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호텔롯데의 경우 최근에는 롯데그룹의 신사업으로 꼽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도 자금을 투입해왔다. 실제로 지난 3월 호텔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 286억원 규모로 참여하며 그룹 신사업 투자 재원 역할도 맡고 있다. 시장에서 호텔롯데의 재무 상태를 그룹 전체 유동성과 연결해서 보는 이유다.


문제는 호텔롯데는 당장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호텔롯데의 유동부채는 올해 1분기 기준 6조161억원으로 지난해 말 5조4466억원보다 5695억원(10.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796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빠르게 늘어난 점이 부담 요인이다. 유동부채 중 차입금(3조9282억원), 사채(9551억원)로 약 5조원에 달하는 돈을 갚아야 한다.


호텔롯데의 차입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코로나19 시기 면세 및 호텔 사업 부진이 있다. 당시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차입이 늘어난 데다, 이후에도 롯데월드타워와 국내외 호텔 운영, 신규 투자 부담 등이 이어지면서 재무 부담이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그룹 신사업 투자 역할까지 맡으면서 현금 확보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호텔롯데가 추진해온 롯데렌탈 매각은 단순 계열사 정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갖춘 '알짜' 자산인 롯데렌탈을 매각해 대규모 현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재 롯데그룹의 차입 구조가 위기 수준이라고 보진 않는다. 다만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차입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예정됐던 대규모 자산 매각까지 무산되면서,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유동성 관리 전략 역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추가 자산 매각이나 차환 구조 조정, 비핵심 자산 효율화 등 대체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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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렌탈이 시장 1위 사업자이기도 하고 워낙 알짜 매물이다 보니 다양한 인수자들이 매수 의향을 타진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양한 잠재적 투자자들과 논의 중으로 연내 롯데렌탈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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