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서 105분간 만난 한일 정상…중동發 불안정성 대응에 맞손
LNG 등 공급망 협력 확대
원유·석유제품 스와프·상호공급
구체적 방안 협의해 발표 계획
李대통령, 한·중·일 협력 중요
평화의 한반도 구축 설명
첨단·안전부야 실질협력도 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중동 불안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에너지 시장 불안정성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주 열린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미국 측과의 소통 동향도 공유하며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양 정상이 네 번째로 마주 앉은 자리로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이 대통령의 일본 나라현 방문에 이어 4개월 만에 이뤄진 셔틀외교다. 양 정상은 이날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합쳐 총 105분간 중동 정세와 미중 정상회담 결과, 공급망·에너지 안보, 한반도 정세, 양국 간 실질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가장 큰 의제는 중동발 불안이었다. 양 정상은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관련한 양국의 대응 및 협력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최근 중동 상황에서 비롯된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해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양국은 지난 3월 체결한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과 '액화천연가스(LNG) 수급협력 협약서'를 토대로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원유 및 석유제품의 스와프와 상호 공급, 원유 조달·운송 분야 협력, LNG 수급 협력과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은 양국 산업 당국이 협의해 발표할 계획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에너지 안보 협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 확보를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비축 강화와 원유·석유제품·LNG의 상호 융통·스와프 거래를 한일 협력의 중심축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친교 일정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선물한 안경을 쓰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양 정상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일 안보정책협의회가 처음으로 차관급으로 격상돼 열린 점을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동맹·한미동맹, 전략적 연대를 통한 억지력과 대처 능력의 유지·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한일·한미일 협력과 함께 한·중·일 3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이 경제·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만큼 한·중·일 3국이 서로 존중하고 공통의 이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 중심의 3국 협력을 우선 추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반도 정세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함께 성장하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어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북한 대응에서 한일, 한미일이 긴밀히 연계해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첨단산업과 국민 안전 분야의 실질 협력도 논의됐다. 양 정상은 인공지능(AI), 우주, 바이오 등 미래 분야에서 신뢰 기반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초국가 스캠 범죄 대응과 관련해서는 양국 경찰청 간 협력각서 체결을 토대로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과거사 관련 인도주의 협력도 진전을 이뤘다. 양 정상은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유해 DNA 감정과 관련해 양국 외교당국 간 실무협의가 마무리되고 감정 절차에 착수하게 된 것을 환영했다. 앞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일본 경찰이 DNA 감정을 실시하고, 양국이 신원 확인 절차를 함께 진행한다.
다만 위안부와 강제징용, 독도, 일본 평화헌법 개정 논의 등 양국 사이의 잠재 현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양국 협력의 지속 가능성은 역사·안보 현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박사는 "이미 7번의 만남으로 기반은 충분히 쌓였으니 다음 회담부터는 두 정상의 정치력이 필요한 일을 해야한다"고 짚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센터장 역시 "양 정상이 인식 차가 큰 (과거사 등) 실질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며 "최소한의 논의만 지속한다면 앞으로도 큰 진전이나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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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관계의 역사와 지역성을 담은 선물이 오갔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인 안동을 찾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안동 하회탈 목조각 액자와 조선통신사 세트, 백자 달항아리 액자 등을 선물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고향인 일본 나라현의 전통공예품과 후쿠이현 사바에시에서 제작한 안경테를 건넸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이한나 기자 im21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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