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통지서 받자 번호판 도용 허위 신고
"변명의 여지 없다…니스 테러 영향도"
프랑스의 한 판사가 200차례 가까이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쓰다 적발돼 파면될 상황에 처했다.
18일(현지시간) 쎄뉴스(CNews)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프랑스 법무부는 최근 고등사법평의회(CSM)에 남부 마르세유 지방법원의 수사 담당 판사에 대한 파면을 요청했다.
이 판사는 지난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상습적으로 회피한 혐의(사기)로 징역 14개월의 집행유예와 벌금 1만6000유로(약 2780만원)를 선고받았다.
조사 결과, 해당 판사는 2024∼2025년 스쿠터를 타고 마르세유의 한 터널을 지날 때 앞 차량에 바짝 붙어 차단기를 통과하는 수법으로 무려 173차례 통행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23∼2024년에는 다른 고속도로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총 23차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을 숨기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이 판사는 첫 과태료 통지서를 받은 뒤 번호판을 도용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했고, 결국 새 번호판을 발급받았다.
그러나 범행은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되면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신호를 위반한 스쿠터를 추적했고, 번호판 조회 과정에서 위조 번호판 사용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수사를 통해 실제 운전자가 해당 판사라는 점이 밝혀졌다.
그는 동료 판사들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금전적 이유로 범행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규칙을 어기는 데서 오는 흥분이나 쾌감은 없었다"며 "멈출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해당 판사는 자신의 행동 배경으로 2016년 7월 14일 발생한 니스 테러 당시의 트라우마를 언급했다. 당시 그는 전 부인과 함께 니스의 해변 산책로인 프로므나드 데장글레에 있었고, 이후 검사 역할로 테러 대응 업무까지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부인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 뒤 곧바로 검사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며 "그것은 악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니스 테러 이후 삶이 점차 무너져 내렸고, 통행료 사기가 그 간접적인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니스 테러는 2016년 튀니지계 남성이 19t 트럭을 몰고 프랑스 혁명기념일 축제 인파를 향해 돌진한 사건으로, 당시 86명이 숨지고 400명 이상이 다쳤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이 같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 대변인은 "재범 위험이 여전히 배제되지 않는다"며 "위반 행위의 성격과 중대성을 고려할 때 판사 경력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를 진찰한 정신과 전문의 역시 니스 테러와 통행료 사기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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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등사법평의회는 오는 6월 중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이 판사의 법조 경력은 사실상 끝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그는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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