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이어 하나금융도 가상자산 동맹
금가분리 원칙, 9년 만에 사실상 깨져
가상자산 위험성 여전, 내부통제 관리능력 시험대
'그림자 규제' 만든 당국 입장 정리도 명확해야

[초동시각]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공존의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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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을 통해 두나무의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1조원 규모의 지분 6.55%를 현금으로 인수하면서다. 시중은행이 이종산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다. 특히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의 지분을 1조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사들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업계에서도 상당히 과감하고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두나무와 전략적 동맹을 맺으면서 미래금융으로의 방향 전환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은행·증권·카드와 같은 전통적 금융에 머물지 않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나아가 웹3금융이라는 생태계 변화를 인정하고 주도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경쟁 금융지주에 비해 은행이나 증권 경쟁력이 약하다는 판단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체구가 작고 힘이 부족하면 남들보다 민첩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던 함영주 회장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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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는 긴장과 우려가 공존한다. 당장의 반사이익은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의 예치금이 유입되며 얻게 될 유동성 확보다. 업계에서는 올해 10월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원화 입출금 실명계좌 제휴가 끝나면 이를 하나은행이 넘겨받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업비트 예치금 잔액은 5조8330억원으로 그만큼 자금유입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가상자산업계 1위인 두나무와의 협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 데 대한 부러움의 시선도 뒤따른다.


이번 결정은 2017년 이후 유지돼 온 금가분리(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의 분리) 원칙을 사실상 깼다는 점에서도 금융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당시 코인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자 전통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지분투자 등을 사실상 금지했고, 현재까지도 이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투기적 성향이 강한 가상자산 시장의 위험이 예금자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전통 금융시장에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그동안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권의 접점이 입출금 실명계좌처럼 단순 제휴에만 머물러왔던 것도 '금가분리' 원칙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흐름이 된 상황에서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공존도 이제는 인정해야 할 시점이 됐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의 내부통제를 둘러싼 우려의 시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까지도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업비트의 해킹 사고가 발생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전통 은행이 이들의 주주로 참여한다는 것은 금융보안 사고에 대한 책임도 일정 부분 함께 지고 간다는 의미다. 두나무 지분 인수 발표 이후 하나금융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인 것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결국 공존이 성공하려면 미래 금융에 대한 협력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에 대한 눈높이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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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분리라는 '그림자 규제'를 만든 금융당국도 입장 정리를 명확히 해야 한다. 미래에셋그룹의 코빗 인수에 이어 하나금융의 두나무 지분 참여 결정은 당국과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규제가 살아있는 한 이런 흐름이 활발해지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전통 금융지주가 미래 금융에 대한 준비를 물밑에서만 진행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하지 못한 것도 당국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한 정부안조차 명확히 발의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의 공존은 이미 시작됐다. 가상자산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규제할지, 명확한 교통정리가 더는 늦어져선 안 된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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