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고급화 린더스트리·마마스투
파인다이닝 스타일 세리스
피자에서 뉴욕 소득 격차 느껴져
최근 뉴욕시의 피자 시장에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Ceres'(세리스)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세리스는 뉴욕 파인다이닝의 상징인 '일레븐 메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 출신 셰프들이 연 피자 가게이다. 일레븐 매디슨 파크는 2017년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쉐린 최고 등급인 3 스타를 받기도 했다.
뉴욕 피자는 원래 단순했다. 빠른 회전율, 단순한 토핑,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조스 피자(Joe's pizza), 롬바르디스 피자(Lombardi's Pizza)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미 구운 피자를 다시 데워서 얇고 큰 조각으로 판매했다. 뉴요커의 소울 푸드, 노동자들의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2017년 전후로 뉴욕 피자의 진화가 시작된다. 린더스트리 피자(L'industrie Pizzeria), 마마스투(MAMA's TOO!) 등 2세대 피자로 불리는 가게들이 주목받는다. 이들은 '재료의 고급화'로 차별화에 나섰다. 린더스트리의 부라타 피자, 무화과 피자 등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토핑으로 단숨에 '뉴욕 맛집'으로 등극한다. 린더스트리를 처음 찾았을 때 길게 늘어선 줄에 놀랐던 적이 있다. 반신반의했으나, 맛은 확실히 기존 피자와 달랐다.
시그니처인 부라타 피자의 경우 다른 피자보다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감칠맛이 풍부한 토마토소스와 부라타 치즈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피자 위에 뿌려주는 올리브 오일이 과하지 않고 오히려 얇은 도우의 맛을 풍부하게 끌어올렸다. 무화과 피자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단짠(단맛과 짠맛)' 맛이 꽤 인상적이었다.
마마스투는 시칠리아 스타일(포카치아처럼 두꺼운 도우)의 피자를 재해석하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여기는 묵직한 보드카 크림소스와 바질 페스토, 치즈를 담은 피자나 매운 꿀(핫 허니) 등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그니처인 보드카 피자는 토마토와 크림소스가 듬뿍 올라가, 한국인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신 풍기(버섯) 피자나 노르마(핫 허니) 피자는 누구나 좋아할 맛이었다.
세리스 피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3세대 피자로 불린다. 밀가루 배합, 토핑 설계, 한 판 주문 등 피자를 만들고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일반 피자 가게와는 다르다. 레스토랑의 문법을 따른다. 이 때문에 혹자는 '미식'의 단계로 피자를 격상시켰다고 평가한다.
가령 세리스 피자는 도우를 직접 만들 때 밀가루 무게를 종류별로 전부 기록한다. 그뿐만 아니라 실내 온도와 사워도우 스타터(천연 발효종)의 무게와 직접 사용한 물의 온도까지 일일이 다 파일에 정리한다.
공동 창업자인 제이콥 세레브닉은 '본아페티'와의 인터뷰에서 도우 제조를 정량화하고 기록하는 방식을 두고 "파인다이닝 운영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이닝 수준의 정밀 관리시스템을 피자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공동 창업자인 제이콥 세레브닉은 본아페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변수를 통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밀가루 무게, 실내 온도, 물 온도까지 기록하는 방식은 파인다이닝의 정밀 운영 방식에 가깝다.
주문 방식도 다르다. 세리스 피자는 조각 판매를 하지 않고 오로지 한 판 주문만 받는다. 먹는 사람의 경제적 부담은 굉장히 커진다. '노동자의 음식'이 '자본가의 별미'로 올라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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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뉴욕 뒷골목에 자리 잡은 '1.99달러' 피자 가게는 분주하다. 이곳에서 급하게 배를 채우는 근로자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보다 몇십 배에 달하는 돈을 피자 먹는 데 쓴다면 이해하지 못할 이들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뉴욕 피자의 진화는 어쩌면 소득 양극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단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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