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승의 날, '통합' 보다 시급한 '교사'의 자리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전남의 한 군 단위 초등학교 교실. 한 학생이 쭈뼛거리며 내민 것은 화려한 카네이션 바구니가 아니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선생님처럼 멋진 사람이 될래요'라고 적힌 작은 포스트잇 한 장이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종이꽃'조차 조심스러워진 풍경은 이제 남도 땅끝마을까지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됐다.
올해 광주·전남 교육계의 스승의 날은 여느 때보다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 대안으로 부상한 '광주·전남 통합교육감 선거'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교육 현장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행정 구역의 경계를 넘어 교육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지역 인재 유출을 막자는 취지지만, 현장 교사들은 정작 '교육의 본질'이 정치적 담론에 묻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남의 10년 차 초등교사 A씨는 "통합 선거니, 행정 통합이니 하는 거대 담론보다 중요한 건, 당장 교실에서 아이들과 마주할 힘을 얻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도서 지역 교육 인프라 부족이라는 현실 속에서, 교사들은 단순한 수업 그 이상의 사명감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가워진 풍경 속에서도 변화의 온기는 광주와 전남의 교실에서 먼저 감지된다. 최근 교육 당국이 추진 중인 '통합 교육 복지'와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은 교사의 역할을 '지식 전달자'에서 학생의 삶을 돌보는 '성장 조력자(Facilitator)'로 재정의하고 있다.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방과 후에도 남아 학습 결손을 메워주고, 도서 지역의 지리적 한계를 넘기 위해 학생 집을 직접 찾는 현장 교사들의 분투는 광주·전남 교육 사다리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다.
실제로 기자가 지켜본 지역의 한 중학교 '꿈 키움 프로그램' 현장에서는 교사가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학생과 마주 앉아 있었다. 화려한 행사나 카네이션은 없었지만, 학생의 진로 고민을 함께 나누며 환하게 웃는 그 모습이야말로 스승의 날이 되새겨야 할 본질에 가까워 보였다.
정부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등 하드웨어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과 같은 지역일수록 인프라 투자는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정책도 현장 교사의 '사명감'이라는 소프트웨어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나 '어떻게 선거를 치르느냐'보다 우선하는 질문이다. 붕괴된 교권과 교육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고, 지역 소멸의 위기 속에서도 교사가 오롯이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답안지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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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덕분에 학교가 좋아요." 포스트잇에 적힌 이 짧은 한 문장이 광주·전남의 교사들에게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자 '심리적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 사회와 정책이 응답할 차례다. 광역 단위의 통합 논의만큼이나, 교실 현장의 작은 목소리를 통합하고 지지해줄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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