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아주대 공동연구팀, 유연 광변환 소자 구현
190회 반복 굽힘에도 성능 유지…웨어러블 광센서 응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구부릴수록 빛 신호가 더 강해지는 초박막 광 변환 소자를 개발했다. 휘어지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기존 유연 전자·광소자의 한계를 뒤집은 연구로, 향후 웨어러블 광센서와 차세대 유연 광학기기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17일 박형렬·남궁선 물리학과 연구팀은 안영환 아주대학교 물리학과 연구팀과 함께 굽힘에 따라 광신호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 광 변환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굽힘으로 빛 신호를 키우는 유연 광 변환소자. 연구진 제공.

굽힘으로 빛 신호를 키우는 유연 광 변환소자.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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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지난 8일(현지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에 개발된 소자는 입사된 빛의 파장을 절반으로 줄여 방출하는 '광 변환' 기능을 갖는다. 예를 들어 800나노미터(㎚) 적외선 빛을 400㎚ 파장의 제2고조파(second harmonic generation·SHG) 신호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광 변환 기술은 레이저와 정밀 광학장비 등에 널리 쓰이지만, 기존에는 두꺼운 광학 매질을 이용해야 해 소형화와 유연화에 한계가 있었다.

"구부릴수록 나노틈 좁아지며 빛 집중"


연구팀은 초박막 2차원 반도체 물질인 단층 이황화몰리브덴(MoS₂)과 금속 나노슬릿 구조를 결합해 문제를 해결했다.


개발된 소자는 유연 기판 위에 금속 박막과 이황화몰리브덴을 순차적으로 쌓은 형태다. 특히 금속 박막 사이에는 폭 약 20㎚ 크기의 초미세 틈(나노슬릿)이 형성돼 있는데, 이 틈이 빛을 강하게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소자를 안쪽으로 구부리면 나노슬릿 간격이 더 좁아지면서 플라즈모닉 근접장(plasmonic near-field)이 강하게 형성되고, 그 결과 광신호 세기가 오히려 증가하는 원리다. 반대로 바깥 방향으로 구부리면 틈이 벌어지며 신호는 약해졌다.

굽힘 변형에 따라 금속 나노틈의 간격이 변하면서 광 신호 세기가 조절되는 유연 광 변환소자의 구조와 측정 결과. 안쪽으로 구부리면 나노틈이 좁아져 신호가 강해지고, 바깥쪽으로 구부리면 틈이 벌어져 신호가 약해진다. 현미경·전자현미경 분석을 통해 실제 나노틈 폭 변화도 확인했다. 연구진 제공

굽힘 변형에 따라 금속 나노틈의 간격이 변하면서 광 신호 세기가 조절되는 유연 광 변환소자의 구조와 측정 결과. 안쪽으로 구부리면 나노틈이 좁아져 신호가 강해지고, 바깥쪽으로 구부리면 틈이 벌어져 신호가 약해진다. 현미경·전자현미경 분석을 통해 실제 나노틈 폭 변화도 확인했다.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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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약 1.2% 압축 변형을 가했을 때 SHG 신호는 변형 전보다 약 3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빛이 실제로 집중되는 나노 틈 영역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평한 금 박막 위 이황화몰리브덴보다 최대 약 8400배의 국소 증강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제1저자인 서박염 연구원은 "기존에는 변형이 광신호를 약화시키는 요소로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는 변형 자체를 신호 제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190번 구부려도 성능 95% 유지


연구팀은 반복 굽힘 실험에서도 높은 내구성을 확인했다. 190회 이상 반복해서 구부린 뒤에도 광신호는 초기 대비 95% 이상 유지됐다.


또 라만 분광 분석 결과, 나노슬릿 구조가 이황화몰리브덴에 전달되는 힘을 일부 분산시키면서 소재 손상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 사진. (좌측부터) 박형렬 UNIST 교수, 안영환 아주대학교 교수, 서박염(SHARMA SOBHAGYAM) UNIST 연구원.  UNIST 제공

연구진 사진. (좌측부터) 박형렬 UNIST 교수, 안영환 아주대학교 교수, 서박염(SHARMA SOBHAGYAM) UNIST 연구원. UN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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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렬 교수는 "유연 광소자뿐 아니라 굽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신호를 읽어내는 변형 센서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다"며 "초박막 물질에서 나타나는 변형 기반 물성 변화를 연구하는 플랫폼으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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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향후 웨어러블 광센서, 가변형 광변조기, 초소형 주파수 변환 소자 등 차세대 유연 광전자 및 집적 광학 시스템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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