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량 배포 준비하는 빅테크들
고객사 상주하는 FDE 확보 경쟁
전산망을 AI에 적합하게 재설계

편집자주AI, 반도체, 통신,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너무나 생소한 기술 이야기를 쉽게 풀어 전해 드립니다.

인공지능(AI)의 탁월한 코딩 실력 때문에 빅테크들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요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 오픈AI, 앤스로픽 등 3대 AI 기업은 오히려 '전방 배치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FDE)' 확보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FDE는 AI 시대에 탄생한 새로운 프로그래밍 직종으로, 고객사 건물에 상주하며 AI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들입니다.


AI로 프로그래머 찬밥…FDE 구인은 8배 폭등


구글 엔지니어들. 구글 유튜브 캡처

구글 엔지니어들. 구글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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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구글은 자사 클라우드 지부 내부에 FDE 팀을 신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구글의 AI 제품을 기업과 연결하는 업무를 맡습니다. 구글의 발표로부터 이틀 전, 오픈AI도 '오픈 AI 배포 회사'라는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오픈AI에 소속된 FDE로,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등 챗봇 시스템을 다른 기업에 제공합니다. 앤스로픽은 이미 지난해 11월 FDE 인력을 5배 늘리는 파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방 배치 엔지니어, 혹은 상주형 엔지니어로 불리는 FDE는 현재 IT 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종입니다. 미국 구직 플랫폼 '인디드'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미국 내 FDE 구인은 전년 대비 800% 급증했습니다. IT 기업들이 무리한 AI 투자 및 경영 효율화 전략으로 프로그래머 채용을 줄이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양상이지요.


고객사에 상주하며 AI에 최적화된 전산 환경 구축


서버실의 전산망 장치. 픽사베이

서버실의 전산망 장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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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E는 고객사 건물 내에 직접 상주하며,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는 엔지니어를 뜻합니다. 마치 군대에서 최전선 근처에 투입되는 병력을 '전방 배치 병력'이라고 칭하듯이, 기업 영업의 최전선에 투입되는 인력입니다. 오픈AI는 자사 블로그에서 FDE에 대해 "현장에서 고객팀과 긴밀히 협력하여 AI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을 파악하고, 조직 인프라와 핵심 워크플로우를 AI에 맞춰 재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FDE는 AI 산업의 성숙도를 반영한 직종입니다. 현재 AI는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대량 배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에이전트 AI'가 전산망 내부에 탑재돼 다양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방식이지요. 하지만 대부분 기업의 전산망 환경은 여전히 AI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중구난방하거나, 사이버 보안이 취약하거나, 서버 시설이 AI 구동에 부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FDE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AI가 최대치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객사 안에 들어가 전산 시스템을 뜯어고칩니다.


팔란티어가 원조…일각선 "컨설턴트일 뿐" 회의론도


팔란티어는 전진 배치 엔지니어(FDE) 사업 모델을 선도한 기업이다. 사진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 팔란티어

팔란티어는 전진 배치 엔지니어(FDE) 사업 모델을 선도한 기업이다. 사진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 팔란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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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E의 원조는 미국 국방 테크 기업 팔란티어입니다. 정보 당국, 군대와 함께 일하는 기업 특성상 보안을 철저히 하기 위한 조처였지요. 하지만 FDE는 단순 보안을 넘어 상업적으로도 큰 호평을 받으며 팔란티어의 성장을 이끌었고, 이제는 빅테크는 물론 AI에도 FDE 사업 모델이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국내에서는 LG CNS가 지난 4월 컨퍼런스콜에서 팔란티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FDE를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FDE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견해도 있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생소한 IT 시스템을 설치하는 업무는 기존 컨설팅 업체, 시스템 통합(SE) 사업자들이 주로 해온 것인데, 현재 빅테크들은 이들의 일감을 앗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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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컨설턴트이자 저술가인 마리오지나 쿠나는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FDE는 컨설턴트를 리브랜딩한 직종에 불과"하다며 "지금은 AI 플랫폼이 생소하겠지만, 더욱 기술이 발전하면 누구나 쉽게 이를 도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그때가 되면 엔지니어는 더는 만능 일꾼으로 쓰일 수 없게 된다"며 "현재 제안받고 있는 막대한 보너스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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