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토큰화 시장 활성화, 스테이블코인 아닌 중앙은행 화폐로 해야"
BOK 이슈노트-국내외 자산 토큰화 현황 및 향후 정책 과제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 2030년께 2조~4조달러 성장
증권의 디지털 전환, 자본시장 패러다임 바꾸는 혁신
화폐 단일성 유지·신뢰 확보 위해 중앙은행 화폐 결제자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는 자산 토큰화 시장이 국내에서도 안정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결제수단은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나 은행 예금(토큰)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주체인 은행이 발행하는 가운데 엄격한 규제 준수, 상환 가능성, 준비자산의 안정성 등이 충분히 확보되는 경우 보완적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 2030년께 2조~4조달러 '폭풍 성장'
한국은행이 14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국내외 자산 토큰화 현황 및 향후 정책 과제(박상훈·김민수·김진·조성민)'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503억7000만달러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대출, 국채, 머니마켓펀드(MMF), 대체투자자산 등 다양한 금융·실물 자산에 대한 권리를 분산원장에 기록해 투자 상품화하는 움직임이 커진 결과다. 분산원장은 중앙집중형 관리자나 단일 데이터 저장소 없이 여러 참여자가 거래 정보를 복제·공유하며 공동으로 관리하는 원장(ledger) 기술이다.
자산 토큰화 시장은 아직 전통 금융시장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나, 최근 기관투자자 참여가 확대되며 2023년 65%에서 2024년 93%, 지난해 169%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별로는 기업대출 등 신용자산 토큰(256억5000만달러, 전체의 51%)이 성장을 주도했다. 최근 MMF·국채 기반 토큰(142억6000만달러, 28%), 귀금속·에너지 등 상품 토큰(73억달러, 14%) 역시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컨설팅업체는 자산 토큰화 시장규모가 2030년께 약 2조~4조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은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부동산, 음원저작권 등 비정형적 자산의 조각투자에 분산원장 기술을 접목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조각투자는 부동산, 음원저작권, 한우, 미술품 등 비정형적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청구권을 나눠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조각투자 누적 규모를 파악해 보면 2026년 1월 기준 약 6400억원 수준이다. 이를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 규모와 단순 비교하면 1% 내외로 미미하다. 지난 2월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토큰증권을 발행·유통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으나, 비금전 신탁수익증권 발행 허용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증권의 디지털 전환, 자본시장 패러다임 바꾸는 혁신"
토큰화 방식은 자산의 발행·유통·결제 방식을 개선해 효율성, 유연성, 접근성, 투명성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거래의 전 과정을 분산원장에서 통합 처리해 결제 주기를 단축하고 중개·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시간적·지리적 제약에서 벗어난 거래 환경을 제공한다. 스마트계약을 통해 사전에 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만 결제가 동시에 완료되도록 하는 원자적 결제(atomic settlement)로 거래 상대방 리스크를 줄이고, 고가 자산의 분할화로 투자 접근성을 확대한다. 거래의 실시간 공유를 통해 운영의 투명성 역시 높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를 넘어 증권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산 토큰화는 금융안정 측면에서 잠재리스크도 있다. 토큰증권과 기초자산 간 유동성 불일치, 재담보화에 따른 레버리지 확대, 운영·기술·법률상 취약성과 소수 플랫폼 집중 및 시장 분절 등이 금융안정 리스크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시장과의 연결고리가 강화될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인 단기 국채, 예금 등 전통 금융자산 시장으로 충격이 파급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훈 한은 금융안정국 비전통금융분석팀 과장은 "투자자가 토큰화된 자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리고, 빌린 스테이블코인으로 다시 토큰화된 자산을 매수하고 이를 담보로 또 스테이블코인을 빌리는 순환과정이 이뤄지게 될 경우, 대량 매각 발생 시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인 은행 예금이나 국채 등 전통금융자산 시장으로 충격이 급격히 파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큰화 과정에서의 운영 기술상의 오류나 기능상의 장애, 법률상의 허점 등 취약성 발견 시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등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난립하게 될 경우 네트워크가 분절돼 유동성 분산으로 가격 발견 기능이 약화할 수도 있다. 그는 "현재 글로벌 토큰화 시장 규모는 전통 금융시장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나, 토큰화의 빠른 성장세를 고려할 때 금융시스템의 취약성 누적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폐 단일성 유지·신뢰 확보 위해 중앙은행 화폐 결제자산으로
보고서는 이에 따라 시장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토큰화 자산의 결제자산으로 화폐의 단일성 유지, 신뢰성 확보 등을 위해 디지털화폐(CBDC)를 포함한 중앙은행 화폐나 예금토큰을 포함한 은행 예금을 우선 활용하는 접근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영국이나 유럽연합(EU) 등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법정통화로만 파일럿테스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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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 토큰화 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서는 시장 수요가 확인된 비정형적 자산(조각투자)을 중심으로 토큰증권의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산의 가치평가, 수탁, 공시 등의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투자자 신뢰 역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박 과장은 "전통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자산별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 확대 로드맵을 수립하고, 플랫폼 간 분절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파일럿 테스트·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금융자산 토큰화 시 자본시장에 대한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이고, 공통 규약과 표준에 기반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시장 분절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시건전성 측면에선 온체인 데이터와 오프체인 정보를 결합한 모니터링, 토큰화의 특성을 고려한 스트레스 테스트, 한국은행·금융감독기구·유관기관 간 협력 등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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