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과잉진료 차단 구조에도 보험업계 '신중 모드'
보험료 절반 낮췄지만 손해율 악화 '공포' 여전
11월 할인특약·전환제도 도입…기존 가입자 이동이 분수령

최근 출시된 5세대 실손보험을 두고 보험업계의 속내가 복잡하다. 금융당국은 비급여 과잉진료를 줄이고 가입자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구조 개편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보험사들은 판매 확대에 신중한 분위기다. 일부 보험사는 법인보험대리점(GA) 판매를 제한하거나 신규 가입자 중심의 선별 영업에 나서고 있다.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보장을 줄인 구조가 소비자 반응을 둔화시키는 데다, 자칫 손해율·수익성까지 동시에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5세대 실손 출격…소비자는 고민, 보험사는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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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7곳과 손해보험사 9곳 등 총 16개 보험사는 지난 6일부터 5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5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하고 도수치료·체외충격파·비급여 주사 등 과잉진료 논란이 컸던 일부 비중증 비급여 보장을 축소한 것이 핵심이다. 대신 보험료는 기존 상품 대비 40~50% 낮췄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만성 적자 구조를 완화하고 가입자 간 보험료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2세대 실손은 보험료가 비싸지만 자기부담률이 낮고 보장 범위가 넓다. 반면 5세대는 보험료는 싸지만 비급여 보장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병원 이용이 적은 젊은 층에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도수치료·비급여 주사 등을 자주 이용하는 가입자에게는 기존 상품 유지가 더 유리할 수 있다.

당초 5세대 실손의 보험료 인하 효과로 가입 수요 확대 기대가 나왔지만 영업 현장 반응은 예상보다 미온적이다. 보험사 절반 이상이 아직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고, 일부 보험사는 전속 설계사 중심으로만 판매하거나 온라인·GA 채널 확대를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기존 1·2세대 가입자 전환 권유도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손해율이다. 실손보험은 이미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적자 상품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손해율은 1세대 113.2%, 2세대 112.6%, 3세대 138.8%, 4세대는 147.9%를 기록했다. 합산 위험손해율은 119.3%로,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약 119원을 지급한 셈이다.


문제는 5세대 실손이 보험료 자체를 크게 낮춘 구조라는 점이다.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면 소수의 보험금 청구만으로도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특히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우량 가입자들은 보험료가 저렴한 5세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지만, 비급여 치료 이용이 잦은 가입자들은 기존 1·2세대 상품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구세대 손해율은 더 악화하고, 신규 세대 역시 시간이 지나 가입자 고령화가 진행되면 보험금 청구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공격적인 판매 확대보다는 손해율과 계약서비스마진(CSM)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과잉 비급여를 줄이겠다는 5세대 실손의 정책 방향은 분명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아직 손해율 안정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소비자는 보장 축소를 수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고, 보험사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만큼 당분간은 신규 가입자 중심의 제한적 판매와 관망 기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할인특약·전환제도에 기존 가입자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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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오는 11월부터 1·2세대 가입자에 대해 선택형 할인특약과 계약전환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기존 가입자 이동이 본격화할 경우 보험사 수익성에 미칠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택형 할인특약은 기존 1·2세대 실손보험을 유지하면서 도수치료·체외충격파·자기공명영상장치(MRI)·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등 일부 보장을 제외하고 보험료를 낮추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계약전환 할인은 기존 상품을 5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경우 일정 기간 보험료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보험료 부담이 큰 초기 실손 가입자에게는 전환 유인이 될 수 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선택형 할인특약과 계약전환 할인이 시행되면 보험사들의 판매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전속 설계사 중심의 제한적 판매와 신규 가입자 위주의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할인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 가입자 전환 수요를 둘러싼 회사별 대응이 본격화할 수 있다. 다만 무리한 전환 권유는 보장 축소 논란과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험사들은 설명 의무 강화와 민원 관리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5세대 실손의 성패는 단순히 출시 초기 판매량보다 하반기 이후 기존 가입자가 얼마나 이동하는지, 또 이동 과정에서 손해율과 민원이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달릴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절감 효과만 보고 전환을 권유하기에는 보장 축소와 향후 의료 이용 가능성까지 따져야 하는 만큼 보험사들도 공격적인 판매보다는 신중한 대응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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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실손 관련한 보험사들의 GA 판매 '신중 모드'는 보수적 영업 기조 전환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직판·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영업 재편이 진행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는 5세대 보험료 구조와 갱신 주기하에서 회사별 경쟁력 차별화가 점유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월별 신계약 지표를 통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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