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투표 마감…6월 결과 발표
31년 만에 순위권 빛 보는 캐릭터도

"일본에서 폼폼푸린 인형 사면 좀 저렴하니?"


일본에 있다고 하면 의외로 꾸준히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산리오 캐릭터 인형 관련한 문의인데요. 어디서 사야 저렴한지 요즘은 뭐가 유행인지 등의 질문을 받곤 합니다. 추억의 '헬로키티'를 비롯한 산리오 캐릭터들이 다시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인데요. 아이 때문에 '폼폼푸린', '마이멜로디', '시나모롤' 등 캐릭터 이름을 줄줄 읊는 아버지들을 보면 캐릭터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산리오 왕국인 일본에서는 매년 이 캐릭터들을 모아서 인기 투표를 합니다. 다음 주 투표 마감일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투표 독려와 투표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이번 주는 일본의 대표 캐릭터, 산리오 캐릭터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2026년 산리오 캐릭터 대상 포스터. 산리오.

2026년 산리오 캐릭터 대상 포스터. 산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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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비단 회사였다…산리오의 역사

인지도 높은 캐릭터를 많이 만든 산리오지만, 이곳은 처음부터 캐릭터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산리오 창업자이자 지금의 명예회장인 츠지 신타로는 원래 11년간 야마나시현청에서 근무하던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야마나시현의 특산물 비단을 판매하던 사업체 '야마나시 실크 센터'를 본인이 사들여 창업에 나서게 됩니다. 처음에는 비단 관련한 사업을 했지만 잘 안 풀렸다고 합니다. 이 당시 우리나라로 비단 수출하다가 잘못돼 500만엔(4727만원)의 부도금을 떠안게 됐다고 하죠. 이후에는 선물용 소품 잡화 판매로 업종을 전환했다고 해요.

산리오에서 초기에 개발했던 '이치고 오오사마(딸기왕)' 캐릭터 일러스트. 이치고오오사마뮤지엄.

산리오에서 초기에 개발했던 '이치고 오오사마(딸기왕)' 캐릭터 일러스트. 이치고오오사마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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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상품에 귀여운 일러스트를 넣으면 유독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1962년에는 자사의 디자인 1호 '이치고 오오사마(딸기왕)' 캐릭터를 제작하고 선물용 상품을 출시하는데요. 이 때문에 창업자 츠지 신타로를 기념하는 야마나시현의 박물관 이름도 '이치고 오오사마 뮤지엄(딸기왕 박물관)'으로 지었습니다. 그렇게 작가들에게 캐릭터를 의뢰해보기도 하다가 점차 자사 캐릭터 개발에 나서게 됩니다. 처음에는 선물용 카드를 기획하고 판매하다가, 도쿄 신주쿠에 선물용 캐릭터 상품만을 판매하는 상점을 여는 데도 성공하죠.

한정판으로 출시된1975년 버전의 헬로키티 동전지갑. 산리오.

한정판으로 출시된1975년 버전의 헬로키티 동전지갑. 산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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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75년 대표 캐릭터 '헬로키티' 아이템이 출시됩니다. 원래 캐릭터 이름은 따로 없었다고 해요. 산리오에서 캐릭터 동전 지갑을 출시했는데, 거기에 들어갈 고양이 캐릭터였다고 하죠. 당시 사내 디자이너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정말 좋아했는데, 여기에 나오는 고양이 소재로 만든 캐릭터라고 합니다. 당시 산리오는 헬로키티를 포함해 여섯 종류의 캐릭터를 그린 동전 지갑을 냈는데, 헬로키티 동전 지갑만 압도적으로 잘 팔렸다고 해요. 원래는 '하얀 고양이'로 이름도 없었지만 헬로키티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나중에는 '화이트'라는 성과 함께 런던 출신 소녀라는 설정까지 만들어줍니다.

현재 캐릭터만 450개…1986년부터 열린 인기 투표

이후 산리오는 꾸준히 캐릭터 개발에 몰두하며 '캐릭터 왕국'으로의 입지를 굳혀나갑니다. 그리고 1986년부터 산리오의 기관지 '월간 이치고 신문'에서 캐릭터 인기 투표인 '산리오 캐릭터 대상'을 진행하는데요. 현재 산리오의 캐릭터는 450개가 넘는데, 이 중 일부가 후보로 출전해 인기 순위를 겨루는 방식입니다.


올해는 90개 캐릭터가 참전했다는데요. 다음 주 주말인 오는 24일 투표가 마감됩니다. 최종 결과는 다음 달 28일 산리오 페스티벌에서 발표될 예정이라고 해요. 귀엽고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이 항상 순위권에 오르는데요. 현재 중간 집계를 보면 올해 탄생 30주년을 맞이한 '폼폼푸린'이 1위, 지난해 2위를 기록했던 '시나모롤'이 마찬가지로 2위, 지난해 3위였던 강아지 캐릭터 '포차코'가 3위를 기록했다고 해요.


2026년 산리오 캐릭터 대상에 참전한 90개의 캐릭터들. 산리오.

2026년 산리오 캐릭터 대상에 참전한 90개의 캐릭터들. 산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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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제나 이변을 기록하는 캐릭터가 있는데요. 지난해는 그동안 귀엽지 않다며 주목받지 못했던 '한교동'이 레트로 붐에 힘입어 순위권에 들기도 했죠. 올해는 오리 캐릭터인 '아히루노페클'이 31년 만에 7위를 기록, 10위권 안에 드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11개국에서 해외 투표도 가능합니다. 중간집계 기준 우리나라에서는 1위가 폼폼푸린, 2위가 시나모롤, 3위가 한교동, 4위가 포차코, 5위가 헬로키티라고 합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순위가 크게 오른 캐릭터에게 주는 '점프업 상' 등 특별상도 신설됐다고 하네요.

31년만에 10위 안에 드는 이변을 보여준 캐릭터 아히루노페클. 산리오.

31년만에 10위 안에 드는 이변을 보여준 캐릭터 아히루노페클. 산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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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리오에서는 투표를 독려하는 개별 캐릭터의 메시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폼폼푸린은 "여러분과 함께 (30주년) 기념일을 즐겁게 보내자"고 전했는데요. 쿠로미는 씩씩한 성격답게 "나는 나답게, 너희들은 너희답게 즐기자"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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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리오 캐릭터 대상은 인기 순위를 가리는 행사이지만, 사실 분위기는 생각보다 살벌하지 않습니다. 산리오가 오래전부터 내세워온 '미나 나카요쿠(みんななかよく·모두 사이좋게)'라는 철학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도 팬들은 서로의 '최애'를 인정하며 함께 즐기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아이들 덕분에 "시나모롤이냐 시나몬롤이냐", "한교동은 왜 인기냐"라고 묻던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보았던 헬로키티를 떠올리게 됩니다. 세대가 달라도 함께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산리오가 사랑받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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