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藥국가]⑳"비난 대신 지지, 가족부터 중독 공부해야"
■ 5장. 마약, 다함께 해결해야 한다
가족·지인 투약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마약은 질병, 전문가 만나도록 설득해야"
24시간 상담 1342, 가족·주변 지지 중요
마약은 분명한 범죄지만, 개인의 타락으로 치부할 경우 해결이 요원하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다. 주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족이나 지인의 투약 사실을 알았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 마약 중독 치료·재활 현장에서 활동해온 의사 등 여러 전문가로부터 '우리'가 알아야 할 대처법을 들어봤다.
'신고 의무' 폐지…마약은 질병, 전문가 만나야
아시아경제는 권준수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왼쪽부터)와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 김대진 원광대병원 마약류 중독자 권역 치료보호센터장 등 마약류 중독 치료 전문가로부터 중독자를 위한 주변의 역할을 들었다. 챗GPT 생성 이미지
권준수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마약류 중독이 분명한 질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뇌 질환"이라며 "주변에서 '왜 못 끊냐' '정신 차려라' 하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오히려 더 숨기고 저항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주변의 태도에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10대는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자리 잡지 않은 시기라 호기심도 빠르게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난 대신 왜 걱정하는지 차분하게 전하고, 혼자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약류 중독 치료·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치료를 받으려다 수사기관에 적발될 것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의료인 보고 의무가 사라졌으니 안심하고 찾아오라"고 했다. 투약자에 대한 의료인 보고 의무 제도는 2000년 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천 원장은 "국가에서 치료비를 지원하는 전국 마약류 치료보호 지정의료기관에선 외래 1년·입원 1개월까지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다"며 "약에 심하게 취한 상태가 아니라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24시간 상담전화 '1342'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면 상담을 원한다면 전국 곳곳에 위치한 '함께한걸음센터(식품의약품안전처·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나 '중독통합관리지원센터(보건복지부)'를 방문하면 된다. 천 원장은 다만 자·타해 위험이 큰 경우에는 전국 권역별 의료기관 10곳을 통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가족의 역할 막중…"부모 통제로 해결 안 된다"
마약류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국가에서 치료비를 지원하는 전국 마약류 치료보호 지정의료기관에선 외래 1년·입원 1개월까지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24시간 상담전화 '1342'로 연락해도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면 상담을 원한다면 전국 곳곳에 위치한 '함께한걸음센터' '중독통합관리지원센터' 등을 방문하면 된다. 챗GPT 생성 이미지
원본보기 아이콘치료 과정에선 가족의 역할이 결정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천 원장은 "가족부터 중독에 대해 배워야 한다"며 "당뇨병에 무지한 가족이 환자에게 몸에 해로운 음식을 권할 우려가 있듯이, 중독에 대해 모르는 가족은 오히려 재발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모가 경계해야 할 태도는 자녀의 마약을 직접 끊게 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천 원장은 "자녀가 마약을 끊어야만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망상부터 버려야 한다"며 "행복의 열쇠는 본인에게 있어야 하는 것이니, 불안정한 중독자에게 책임을 지우지 말라고 교육한다"고 했다.
김대진 원광대병원 마약류 중독자 권역 치료보호센터장도 중독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감염돼도 건강한 사람은 잘 이겨내듯이, 정신적으로 해로웠던 사람들은 중독에서 벗어나기 더 어렵다"며 "대부분 제 발로 병원에 오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권 센터장은 또 "그저 '나쁘니까 끊으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은 효과가 점점 없어지면서 절망감만 남기고 삶의 의미까지 잃게 만든다"며 "약을 끊을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되, 아무 병원이 아니라 권역별 지정 의료기관부터 방문하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마약은 비극적인 속임수…진정한 행복 찾길"
인천 다르크(DARC·약물중독재활센터)에선 마약은 즐거움이 아닌 '허망한 속임수'라고 경고했다. 인천 다르크의 재활 담당 사회복지사는 "한 번쯤은 괜찮겠지 하는 10대 시절 호기심은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마약에 있어서는 돌이킬 수 없는 늪에 빠지게 한다"며 "회복의 과정을 지켜보며 마약이 주는 즐거움이 비극적인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마약의 쾌락에 빠지는 것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이들의 슬픈 대체재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진정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마약이란 자극에 인생을 걸지 않는다"며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따스한 온기, 목표를 향해 흘리는 정직한 땀방울, 스스로를 성장시키며 얻는 뿌듯함 같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은 결코 마약에 손대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취藥국가' 기록을 마치면서
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이 기록한 '취藥국가' 20회 시리즈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약 문제는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가족과 이웃, 나아가 사회까지 절망에 몰아넣는 비극이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줄 걸" 가슴 치는 어머니들의 고백은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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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삶의 고리를 다시 잇는 일은 개인의 의지가 아닌 공동체의 단단한 지지에서 출발합니다. 이 기록이 비극의 끝이자 회복을 향한 첫걸음이 되길 소망합니다. 길을 잃은 '누군가'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당부드립니다.
특별취재팀|장희준 오지은 박호수 이지예 박재현 기자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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