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이상하다"…비명이 터진 밤, 평생 지켜온 평화가 무너졌다[취藥국가]⑱
■ 5장. 마약, 다함께 해결해야 한다
클럽에서 다가온 사람이 마약 건네 시작
아들 걱정에 걷다가도 자꾸 넘어진 엄마
"일탈로 안 끝나, 죽음보다 지독한 고통"
아시아경제는 마약류 범죄가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삶까지 무너뜨리는 파괴적인 확산성을 가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가정이 붕괴하는 과정은 처절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부모의 고통 섞인 당부야말로 그 어떤 제도적 대안보다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다. 여기, 늪에 빠진 자녀를 끝내 놓지 못한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독백의 형식으로 기록한다.
#. 30대 중독자 아들 둔 50대 김미선씨(가명)
사람들은 우리 집을 모범적인 가정이라 불렀습니다. 결혼 이후 35년간 단 한 번도 새벽기도를 거른 적이 없었어요. 매주 예배를 지켰고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죠. 아들은 다정했고 딸은 영리했습니다. 술과 담배는커녕 세상의 때라고는 묻지 않았어요. 그런 내 아이가 마약을 했다니요. 처음 현실을 마주했을 땐 그저 하나님의 실수라고 생각했어요. 아니, 그래야만 했습니다.
아들이 대학생 때였습니다. 밤늦게 집에 들어오더니 계속 토를 했어요. 그때라도 알아챘어야 했죠. 하루는 딸아이가 '아무래도 오빠가 이상하다'더니 서랍을 뒤졌어요. 깊숙한 곳에서 투명한 주사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어요. 믿을 수가 없어 아들이 집에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얼굴을 마주한 순간 안방으로 도망쳤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짐승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어요. 평생을 지켜온 평화가 무너진 밤이었습니다.
우리 아들은 실용음악을 전공했더랬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공황과 우울을 겪었어요. 예술하는 아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깊이 들여다보질 못했어요. 대학에 가서 레슨도 하고 조교 일도 하면서 자존감을 많이 회복했어요. 용돈이 넉넉해지니 유흥에 빠졌나 봐요. 술도 잘 못 하는 아이라 클럽에서 어울리지도 못했을 텐데, 그런 아들에게 또래 친구 같은 사람이 다가왔대요. 마약 유통업자였어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거'라고 했대요. 그게 바로 필로폰이었습니다.
2020년 10월이었죠. 약을 사러 나갔다가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린 거예요. 초범이라 기소유예를 받았어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가서 교육도 잘 듣고 했는데…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이듬해였죠. 2021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긴 해였습니다. 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하나 만났어요. 아들을 불러내더니 호텔에 가두고 협박했대요. 마약을 했다는 걸 알고 돈을 뜯어내려고 한 거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협박해서 유통책으로 만들려고 했던 거라고 하더군요. 늦은 새벽 경찰서 유치장에서 마주한 내 아이는 땀에 절어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우리 부부는 생업을 내려놔야 했습니다. 실적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는 영업을 했는데요. 정신이 온전할 수 없었거든요. 빚은 금세 산더미처럼 불어났습니다.
묵묵했던 남편은 속병이 났는지 멀쩡하던 잇몸이 모두 무너져 버렸어요. 임플란트를 한 번에 5개나 심어야 했죠. 저도 망가졌어요. 걷다가 자꾸만 넘어졌습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심장이 벌렁거렸어요. 머리카락도 한 움큼씩 빠지고요. 평생 없던 고혈압에 당뇨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기도원에 아들을 격리해보기도 하고 민간 재활시설에 보내기도 했어요. 아들도 살고 싶다면서 날 붙잡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런데도 '생각이 나면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했어요. 재판받으러 서울에 온 날도 약을 구하러 달려갔어요. 절망이란 단어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지난해 8월 아들은 법정 구속됐습니다. 집행유예 기간인데 다시 양성반응이 나온 거예요. 그래도 다시 집행유예를 받길 기대했는데 판사의 입에서 징역 1년 4개월이란 말이 나왔어요. 끌려 나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가슴을 쳤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먹여 보냈어야 했는데…
아들은 교도소에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아들을 보러 왕복 수백㎞를 달려갑니다. 마약만 아니었다면 우리 아이는 지금쯤 멋진 곡을 쓰는 음악가로 살았을까요. 출소하면 신학대학원에 가고 싶다네요. 어두운 동굴을 지나온 자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요.
요즘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자격증도 열심히 따고 있어요. 저처럼 자녀의 중독으로 무너져 가는 부모들을 돕기 위해서요. 같은 처지의 부모들과 모여 울고 기도합니다. 내 자식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놨어요. 이제 이 사회가 함께 살려내야 한다는 마음으로요.
여러분, 마약은 한순간의 일탈로 끝나지 않습니다. 당신과 가족의 평화까지 파괴할 겁니다. 평범하고 소중했던 우리 가정을 지옥으로 끌어내렸습니다. 혹시 호기심이라는 이름으로 마약이라는 늪 앞에 서 있나요? 제발 이 이야기를 기억해주세요, 이 고통은 죽음보다 지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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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장희준 오지은 박호수 이지예 박재현 기자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약류 중독 문제는 24시간 상담전화 ☎1342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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