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藥국가]⑯수사·처벌·치료 아우를 '컨트롤타워' 세우자
■ 5장. 마약, 다함께 해결해야 한다
따로 노는 대응…힘 있는 컨트롤타워 필요
與 이수진·김영배 "통합 대응 조직 꾸려야"
예산권 쥔 미국 국가마약정책국 벤치마킹
李정부 추진력 살릴 '마약대책비서관' 제안
마약류 범죄의 폭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범부처 기능을 아우르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부처마다 기능이 분산돼 있어 일관성 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대통령비서실에 설계자 역할을 수행할 '마약대책 비서관'을 신설하는 방안, 수사·처벌과 치료·재활을 통괄하는 '독립기구'를 세우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與 복지위 이수진 "강력한 컨트롤타워 필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아시아경제에 "현재의 국무총리실 산하 협의체만으로는 다양한 관계 부처와 기관의 예산, 전략, 사업 등을 실질적으로 조정·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약 문제는 수사와 단속도 중요하지만, 치료·재활 등 사회 복귀를 위한 사후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일련의 정책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처별로 분산된 마약류 범죄 대응을 통합하는 기구는 마약범죄 정부 합동수사본부, 총리실 소속 마약류 대책협의회 등이 있다. 합수본은 출범 당시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표방하며 '한국형 마약단속국(DEA·미국)'으로 불렸다. 수사·정보 역량과 치료·재활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경찰과 검찰 중심의 수사 기능에 편중돼 있다.
마약류 대책협의회는 2023년 8월 국무조정실장 주재 법정위원회로 격상됐다. 수사기관부터 국가정보원·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14개 기관이 참여한다. 협의회 의장은 국조실장이 맡지만, 실무협의회는 사회조정실장이 주재한다. 각 부처에서도 국장급이 참여한다. 협의회 기능 역시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 수립·추진이나 협조사항, 협의·조정 등으로 한정된다.
이 의원은 수사기관부터 행정 부처까지 실시간으로 협력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정부 차원의 통합전략 수립이 가능하고 법적 구속력까지 갖는 새로운 조직과 체계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부처별 마약 관련 예산에 사전 심의권과 집행 실적에 대한 평가권을 부여하고 부처 간 정보 공유를 의무화하는 특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ONDCP, 예산 쥐고 관계부처 통합 컨트롤
미국은 백악관 직속으로 국가마약정책국(ONDCP)이라는 범정부 독립기구를 두고 있다. 각 연방 기관을 초월한 '국가마약통제전략'을 수립한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바탕으로 '공급 차단'과 '수요 감소' 간 균형을 맞춘 중장기 계획이다. 마약단속국(DEA)·연방수사국(FBI)·세관국경보호국(CBP) 등 마약에 관련한 모든 부처가 이 전략에 명시된 지침을 따르도록 강제된다.
ONDCP가 강력한 지휘권을 갖는 토대는 예산 편성·감독 권한이다. 각 연방 기관이 제출한 마약 관련 예산안을 심의·검토하고, 미흡할 경우 부적격 판정을 내릴 수 있다. 부적격 판정을 받은 기관은 ONDCP 요구대로 예산안을 고쳐야 한다. 단순히 권고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각 부처의 자금줄을 직접 통제하는 식으로 강력한 실력 행사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한국형 ONDCP를 도입할 경우 분절된 대응 체계를 통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경찰·검찰(수사), 국정원(정보), 관세청(단속), 식약처(유통), 복지부(치료) 등으로 기능이 파편화한 상태다. 모두를 관장하는 독립기구가 설치되면 수사-단속-치료-재활 등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식약처와 복지부가 따로 노는 재활 정책도 해결할 수 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복지부는 병원의 시설·인프라를 지원하는 데 경직돼 있고, 지역사회 상담기관은 식약처에서 함께한걸음센터를 주도적으로 설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 부처가 모여 전문가 의견에 근거해서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부처별로 자기들 입맛대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며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정부 추진력…"청와대가 설계 주도하라"
컨트롤타워 구축에 앞서 설계자 역할을 수행할 '마약대책 비서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지만, 한국적 토양에 맞는 단계적 모델이 합리적"이라며 "이재명 정부라면 가칭 마약대책 비서관을 두고 부처별 의견과 전략을 취합한 뒤 독립기구 설립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마약 전담기구' 필요성을 거듭 언급한 바 있다. 관가에선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바탕으로 행정 부처를 지휘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상 컨트롤타워 설립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마약대책 비서관이 생기면 청와대가 정책 설계를 직접 지휘해 수사권 조정 등 부처 간 알력 다툼과 갈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정비서관을 지낸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주도 구상에 힘을 실었다. 그는 "초기 기획이 필요한 부분은 대통령실에서 하는 게 맞다"며 "이후 종합적인 집행과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분은 컨트롤타워 격의 정부 조직을 꾸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컨트롤타워 가동 이후에는 민정수석실에서 기획·지휘 역할을 총괄하면 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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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고려해 현장 집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직·정책 구조를 세밀하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주별로 정책이 다르고 주변국의 마약 문제가 심각해 대통령이 직접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대통령실에서 계속 지휘하기보다 관련 부처들이 촘촘하게 챙길 수 있는 컨트롤타워 구조를 잘 짜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장희준 오지은 박호수 이지예 박재현 기자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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