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AI 초과이익, 국민배당금 원칙 논의해야"…"韓, 기술독점경제로"
"반도체 호황 넘어 산업·국가구조 재편 가능성"
"AI 인프라 과실, 전 국민에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창업·문화·이민 아우른 'AI 시대 국가 재설계' 제안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초과이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시했다. AI 반도체와 전력망,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경쟁이 한국 경제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만큼, 그 과실을 특정 기업이나 자산 보유층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4.27 연합뉴스
김 실장은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며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며 "이것이 설계의 정당성이자 원칙"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이 같은 원칙에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만 김 실장은 국민배당금을 당장 특정 현금성 지급 정책으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핵심은 개별 프로그램이 아니라 원칙"이라며 "청년 창업 자산으로 갈 것인가,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갈 것인가, 예술인 지원으로 갈 것인가, 노령연금 강화로 갈 것인가, 아니면 AI 시대 전환 교육 계좌로 갈 것인가는 열린 질문"이라고 했다.
김 실장의 이번 메시지는 최근 반도체 호황과 코스피 상승 등을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AI 시대의 산업구조 재편으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기존 경기순환 관점에서 보려고 하면 자꾸 어긋난다"며 "수출이 좋다, 반도체가 호황이다, 코스피가 오른다는 것은 모두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인프라"라며 "그 인프라 전환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이 가설이 맞는다면 한국 경제가 전통적인 순환형 수출경제를 넘어 "구조적 희소성과 지속적 초과이윤을 기반으로 한 기술독점경제에 가까운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특히 AI 반도체 수요가 과거 메모리 사이클과 다르다고 봤다. 그는 "초기 AI 투자는 학습 중심의 데이터센터 확장에서 출발했지만, 수요는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추론 인프라, AI 에이전트, 소버린 AI, 피지컬 AI, 로보틱스 등을 거론했다.
김 실장은 "각 레이어가 이전보다 더 높은 메모리 집약도를 요구한다"며 "레이어가 추가될수록 수요는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비선형적으로 누적된다"고 했다. AI 인프라는 일회성 설비 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수요를 만드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강점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정밀 제조, 전력 장비, 산업 자동화 등을 함께 보유한 '풀스택 제조 역량'을 꼽았다. 김 실장은 "미국은 설계와 플랫폼에서는 압도적이지만 제조 기반이 제한적이고, 중국은 대규모 제조 역량을 보유했지만 지정학적 신뢰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반면 한국은 공급망을 통합적으로 보유한 드문 나라"라고 했다.
그는 "공급망 주권이 국가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되는 시대에 이런 제조 역량은 지정학적 레버리지에 가깝다"며 "AI 인프라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수록 한국 산업 생태계의 전략적 중요성도 덩달아 커진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산업이 높은 기술 장벽, 극소수 기업 중심 구조, 국가안보 공급망, 지속적 업그레이드 수요라는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봤다. 이어 "메모리가 단순 범용재가 아니라 전략 인프라 레이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AI 시대의 메모리·인프라 수요가 장기 구조 변화라면 한국은 처음으로 지속적 초과이윤을 생산하는 국가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실장은 이런 변화가 사회 내부의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AI 시대의 초과이윤은 속성상 집중된다"며 "메모리 기업 주주, 핵심 엔지니어, 수도권 자산 보유자처럼 이미 생산자산에 접근한 계층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매우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상당수 중간층은 원화 강세에 따른 구매력 개선, 제한적 재정 이전, 일부 자산 상승 정도의 간접효과만 누릴 수 있다"며 "나라는 부유해져도 그 부의 분포는 자동으로 확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창업·문화·이민까지 "국가 재설계 필요"
김 실장은 AI 시대의 국가 재설계 방향으로 창업과 문화, 이민 정책을 함께 제시했다. 그는 "AI가 루틴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에는 단순 고용 유지 중심 정책만으로 장기적 활력을 만들기 어렵다"며 생애 1회 창업 기회 보장, 실패 후 재기 안전망, AI 기반 창업 교육, 지역 단위 창업 인프라 구축 등을 거론했다.
문화 정책도 AI 시대의 핵심 전략으로 봤다. 김 실장은 "AI가 생산과 실행을 대체할수록 인간에게 남는 것은 관계, 감각, 표현, 의미 같은 영역"이라며 "문화는 AI 시대의 주변 산업이 아니라 인간 고유 영역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예술 지원과 콘텐츠 산업, 로컬 커뮤니티, 창작 생태계를 단순 여가 정책이 아니라 분배 정책이자 전략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출생·고령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민 정책을 전략 변수로 제시했다. 김 실장은 "이민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 변수"라며 "위로는 AI·반도체·로보틱스 분야의 글로벌 기술인재를 끌어와야 하고, 아래로는 고령화 사회에서 필수 노동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돌봄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노르웨이의 석유 수익 국부펀드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처한 상황은 성격이 다르지만 질문은 같다"며 "구조적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과세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은 허황된 이야기"라면서도 "논지가 맞는다면 아무 원칙 없이 그 초과이익의 과실을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더 무책임한 선택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금 한국 앞에는 드문 역사적 가능성이 놓여 있다"며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나라를 넘어, AI 시대의 초과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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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 가능성은 자동으로 실현되지 않는다"며 "지금부터의 선택이 한국을 다시 평범한 순환형 수출경제로 되돌릴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산업국가로 밀어 올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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