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야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손님이 적기는 한데, 버스터미널이나 역 근처에는 택시를 직접 잡는 손님이 꽤 있는 편이죠. 월 단위로 따지면 줄어드는 수수료가 꽤 될 것 같아요."


'택시 배회 영업 수수료 금지법' 시행 첫 날인 1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50대 택시기사 김모씨는 이렇게 반응했다. 그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를 운행하며 전체 매출의 2.8%를 플랫폼에 수수료로 지급해왔다. 이날부터 길거리에서 직접 태운 손님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데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14일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2026.01.14 윤동주 기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14일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2026.01.14 윤동주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그는 "택시 앱으로 부른 손님이 아니어도 수수료를 내야 했던 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택시 앱을 안 쓸 수도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수수료를 내왔다"고 했다.

이른바 '택시 배회영업 수수료 금지법'으로 알려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됐다. 지난 1월29일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3개월여 만이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플랫폼 가맹 택시가 콜 기능을 끄고 길에서 손님을 태우는 이른바 '배회 영업'을 할 경우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가맹택시 기사가 우버 같은 다른 플랫폼을 통해 손님을 받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택시업계는 배회 영업에 수수료를 떼지 않게 되면서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현재 플랫폼이 가맹 택시 기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은 최저 2.8%, 평균 3.3% 수준이다. 택시기사들의 월 매출을 450만원으로 가정하고 이 가운데 20%를 배회영업에 따른 매출로 잡으면 매월 절감되는 수수료만 약 3만원에 달한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은 법 시행에 맞춰 가맹택시 기사들의 배회영업에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도록 시스템 개편을 마쳤고, 택시 가맹본부들도 개정된 법안에 맞게 기사들과 가맹 계약을 새로 맺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택시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택시 기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택시 앱 호출 대신 배회영업에 치중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택시 앱 도입 전 빈번했던 이른바 '손님 골라 태우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맹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손님들의 콜을 받는 앱보다 길거리에서 손님을 태우는 배회 영업의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배회 영업을 통해 택시 수요가 높은 야간에 장거리 손님만을 가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택시 앱들은 별도의 서비스 이용료를 내는 유료 콜에 대해 승객의 목적지를 보여주지 않거나 강제 배차하는 형태로 택시 기사의 승차거부를 막고 있는데, 가맹택시 기사들이 앱 호출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택시 서비스의 질 하락과 모빌리티 플랫폼들의 수익 감소 역시 예상되는 문제다. 가맹택시 사업이 택시 중개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 차량 관리 등 서비스를 포함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플랫폼의 역할을 택시 중개만으로 국한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개정으로 플랫폼 입장에서는 서비스 품질, 차량 청결 유지 등과 같은 질적 요소에 투자할 유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 시행 후 나타날 손님 가려받기와 같은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질의에서 개정안 통과가 출퇴근 시간대 승객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우려되는 사항과 관련해 별도로 대책을 세워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AD

택시 기사들의 골라 태우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요에 맞는 탄력적인 요금 책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골라 태우기가 택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나타나는 문제인 만큼, 탄력형 요금제처럼 기사들에게 보상을 줄 수 있는 정책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