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대안 제시할 유로본드 시장 조성 시급해졌다”-피터슨연구소
미국이 법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관계에서 동맹국들에조차도 신뢰를 주지 못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결정이 반복되면서, 유럽에서는 깊고 크며 유동성이 풍부한(deep, large, and liquid) 유로본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달러는 국제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 등으로 어느 정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국채의 대안을 제시하는 등 유로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로본드 시장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유로존 각국 국채가 별도로 발행되고 있는데, 기존 국채의 일부를 바이백을 통해 유로본드로 교환하고 만기 국채를 유로본드로 차환 발행한다는 게 핵심이다.
2008~2015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앙헬 우비데 전 선임연구원과 함께 지난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유로본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Eurobonds: Despite objections, they are more needed than ever)’라는 제목의 글에서 제대로 된 유로본드 시장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깊고 크며 유동성 있는 유로본드 시장 조성이 더 시급해졌다
이 시급성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필요성이다. 유럽은 국제 규칙 기반 세계질서의 균열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자율성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미래에 대한 커지는 의구심은 유럽이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전략적 자율성에는 군사력, 경제력, 금융력이라는 세 가지 축이 필요하며, 안전자산은 금융력의 필수 조건이다. 유럽은 자국 경제의 안전자산 축으로 외화 표시 자산인 미국 국채에 의존할 수 없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여러 해가 걸리는 과정이지만, 유로본드 시장을 키우는 것은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둘째, 기회다. 미국 자산에서 벗어나 분산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유럽 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하고 싶어 하지만, 유럽의 분절된 채권시장은 안전자산에 대한 이러한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다. 유럽연합(EU)은 미국보다 재정 상태가 더 건전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과 적자가 더 낮지만, AA 등급 이상 국채 잔액은 EU에서 GDP의 5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인 반면 미국에서는 100%를 넘는다. 유럽의 안정적인 법치와 신뢰할 수 있는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는 유로본드는 유럽 안전자산 공급을 늘리고, 미국 국채에 대한 매력적인 대안을 제공할 것이다.
셋째, 제도적 지원이다. ECB는 이제 통화 주권 달성의 필요조건으로서 유로의 국제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촉진하고 있다. 디지털 유로와 비유로권 중앙은행을 위한 레포 시장(금융기관이 보유한 국채 등 증권을 담보로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 같은 구상이 그 예다. 피에로 치폴로네 ECB 집행이사가 말했듯 “우리가 우리의 돈에 대한 통제를 잃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경제적 운명에 대한 통제를 잃는다.” 그리고 유로는 투자자 수요를 충족하는 충분한 안전자산 공급 없이는 글로벌 국제통화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제안하는 것을 명확히 하겠다
향후 몇 년에 걸쳐 각 EU 회원국 부채 중 GDP 대비 최대 25%를 유로본드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해야 한다. 이는 두 가지 작업의 조합으로 가능하다. 기존 국채를 바이백을 통해 유로본드로 교환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유로본드로 차환하는 방식이다.
이 유로본드의 원리금 상환은 각 회원국의 세입 이전으로 뒷받침된다. 이는 현재 EU 예산에 대한 이전과 유사하며, 각국 법률에 명시된다. 현재 금리 수준에서 필요한 이전 규모는 GDP의 약 1%에 해당한다. 유로본드 이자 지급을 위한 이 이전은 상환·소각된 국채에 대해 직접 지급하던 이자를 대체한다. 유로본드 금리는 아마도 더 낮을 것이므로, 이는 회원국에 순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유로본드는 이중 보증을 누리게 된다. 하나는 발행자인 EU가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법적 약속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이면에서 각국이 채무 상환을 위한 재원을 이전하겠다는 정치적·법적 약속이다.
우리는 유로본드 수단으로 유럽연합을 대신해 유럽 집행위원회가 발행하는 EU-Bonds(채권)와 EU-Bills(어음)를 제안한다. 이들은 이미 상당한 규모로 존재하며 레포와 선물시장이라는 확립된 인프라의 혜택을 받고 있다. EU-Bonds와 EU-Bills의 잔액은 2026년 말 1조유로에 가까워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규모가 될 것이다. 우리의 제안에 따르면, 유럽안정화기구(ESM) 같은 다른 EU 초국가 기관의 발행을 EU-Bonds와 EU-Bills로 통합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으며, 이 시장 규모는 5조유로로 늘어날 것이다.
우리 제안은 기존 유로본드의 주요 약점을 해결할 것이다. 기존 유로본드는 주권채가 아니라 초국가채로 분류된다. 이는 수요를 낮추고, 이들이 독일 분트(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주된 이유다. 주권채가 아니라 초국가채로 분류되는 법적 지위는 EU-Bonds와 EU-Bills에 대한 수요를 유사한 주권채 대비 최대 80%까지 줄인다. 이는 순전히 초국가채가 ‘준정부’로 법적 분류되는 데 따른 것이며, 채권의 지급능력과 관련이 없다. 이런 점에서 EU가 코로나19 이후 회복 프로그램인 넥스트제너레이션EU(NGEU)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EU-Bonds와 EU-Bills를 차환하기로 결정해 시장에 안정적인 발행 전망을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규모를 키우고 예측 가능한 발행 프로그램을 만들면, 우리의 제안이 채택될 경우 EU-Bonds와 EU-Bills가 주권채 지수에 포함되고 글로벌 투자자의 수요가 크게 늘어 수익률이 낮아지며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깊고 유동적인 유로본드 시장은 또한 유럽 은행들이 자국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게 하고, 깊고 유동적인 유럽 회사채 시장 발전을 뒷받침할 것이다. 이는 저축·투자 동맹의 성장에 기여하고 모든 국가의 공공·민간 조달 비용을 낮출 것이다.
우리가 제안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하겠다
우리는 일부 국가들이 명백히 부족한 재정 여력을 우회해 부채와 지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유로본드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지출 프로그램도 제안하지 않는다. 우리는 EU 부채의 총량을 늘리지 않고, 국채의 일부 비율을 유로본드로 대체하자는 것만 제안한다.
우리는 이 유로본드를 특정 지출 프로그램에 배정하자고 제안하지 않는다. 우리의 제안은 부채 관리 최적화에 관한 것이지, 지출 우선순위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국가 예산이 작동하는 방식도 이렇다. 지출 결정은 자금 조달 결정과 별개다. 실제로 유로본드 발행을 새로운 지출 프로그램과 분리함으로써, 우리는 적자를 늘리려는 동기 중 하나를 제거한다. 물론 향후 EU 지도자들이 EU 공공재를 포함해 새로운 지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결정한다면, 합의에 따라 유로본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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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유로본드에 자금을 대기 위해 새로운 세금을 제안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출 확대를 제안하지 않으므로 새로운 세금도 필요하지 않다. 유로본드에 대한 지원은 기존 EU-Bonds와 EU-Bills와 마찬가지로 기존 국가 세입을 EU로 이전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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