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 시뮬레이션으로 원인 규명
그래핀 아래 숨어 있던 물 분자가 '착시' 유발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그래핀이 본질적으로는 물을 튕겨내는 '소수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그동안 실험마다 그래핀이 물을 좋아하기도, 밀어내기도 하는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유는 그래핀 아래 숨어 있던 얇은 물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IBS는 조민행 분자 분광학 및 동역학 연구단 단장과 슈테판 링에 고려대학교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머신러닝 기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으로 그래핀과 물의 계면을 원자 수준에서 분석한 결과, 결함이 없는 순수 그래핀은 본질적으로 소수성이며 '젖음 투명성(wetting transparency)'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단일층·다층 그래핀에서의 물 침투 차이. a) 물 분자가 그래핀 아래로 들어갈 때 필요한 에너지를 비교한 결과. 단일층 그래핀은 에너지 장벽이 낮아 물이 쉽게 침투하지만, 4층 그래핀은 높은 에너지가 필요해 침투가 어렵다. b) 단일층 그래핀에서는 물 분자가 그래핀 위보다 그래핀과 친수성 기판 사이 틈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안정적인 상태임을 나타낸 모식도. c) 4층 그래핀에서는 아래 공간으로의 물 침투가 차단돼 물 분자가 그래핀 표면 위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구진 제공

단일층·다층 그래핀에서의 물 침투 차이. a) 물 분자가 그래핀 아래로 들어갈 때 필요한 에너지를 비교한 결과. 단일층 그래핀은 에너지 장벽이 낮아 물이 쉽게 침투하지만, 4층 그래핀은 높은 에너지가 필요해 침투가 어렵다. b) 단일층 그래핀에서는 물 분자가 그래핀 위보다 그래핀과 친수성 기판 사이 틈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안정적인 상태임을 나타낸 모식도. c) 4층 그래핀에서는 아래 공간으로의 물 침투가 차단돼 물 분자가 그래핀 표면 위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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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대표적 이차원 소재다. 강도와 전기적 특성이 뛰어나 차세대 반도체와 에너지 소재 후보로 꼽혀왔지만, 물과의 상호작용을 두고는 10년 넘게 논쟁이 이어졌다.

일부 실험에서는 물이 그래핀 위에서 방울처럼 맺히는 소수성 특성이 관찰됐지만, 다른 실험에서는 물이 퍼지는 친수성 결과가 나왔다. 특히 그래핀이 원자 한 층 두께에 불과해 아래 기판의 성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젖음 투명성' 가설까지 제기됐다.


"그래핀 아래 갇힌 물이 원인"


연구팀은 순수 그래핀 표면 근처 물 분자 사이 결합이 끊긴 형태의 '돌출형(dangling) O-H 결합'을 확인했다. 또 그래핀 층이 두꺼워질수록 이런 특성이 더 뚜렷해지는 것도 관찰했다.

기존 실험 결과가 엇갈린 이유는 그래핀과 기판 사이에 갇힌 물 분자 때문이었다. 친수성 기판 위 단일층 그래핀에서는 공기 중 수증기가 그래핀 아래로 침투해 얇은 물층을 형성한다. 이때 그래핀 위 물과 아래 물의 신호가 동시에 측정되며 서로 일부 상쇄돼, 본래 소수성인 그래핀이 친수성처럼 보였다는 설명이다.


반면 그래핀 층이 두꺼워지면 물이 아래로 침투하기 어려워지고, 숨겨진 물층의 영향도 사라진다. 이에 따라 다층 그래핀에서는 그래핀 본래의 소수성이 그대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나노유체 소자와 담수화 막, 수소연료전지, 에너지 저장장치 등 그래핀 기반 기술 개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매우 얇은 물층만으로도 계면 특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민행 연구단장은 "그래핀 아래 존재하는 물의 역할을 밝힘으로써 그래핀의 본질적인 습윤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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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4월 2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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