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간 우주시대 이미 시작…풀 밸류체인 한화가 국대"
민간 주도 생태계 만들어야
글로벌 경쟁서 밀리지 않아
발사체 군집위성 AI 등 결합
토털 솔루션 확보 엄청난 자산
400㎞ 이하 초저궤도 시장 주목
13일 아시아 미래기업포럼에서 강연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주도하던 영역에서, 이제는 민간기업이 시장을 이끄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변화의 신호탄은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팰컨9'이었다. 발사 후 1단 부스터를 회수해 재정비한 뒤 다시 쏘아 올리는 방식으로 발사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상업용 궤도 운송 서비스(COTS) 프로그램을 통해 민간 참여의 길을 열어주면서 글로벌 우주산업의 주도권은 빠르게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국내 우주산업도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위성 발사부터 데이터 활용까지 전 과정을 민간이 주도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이 '국가대표 우주기업'을 꿈꾸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경영권 참여 발판까지 마련했다. 발사체와 위성, 데이터 솔루션을 아우르는 '풀 밸류체인' 구축이 한화의 큰 그림이다.
이러한 한화의 우주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우주사업총괄 부사장이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 미래기업포럼 2026'에 연사로 나선다. 김 부사장은 '뉴스페이스: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글로벌 우주산업의 흐름과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 11일 중구 한화빌딩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화는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I와 협력해 우주산업 관련 기술 개발을 함께해나갈 것"이라면서 "선도적으로 우주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과 정부, 산학까지의 연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공학과 출신인 김 부사장은 학부 시절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근무하며 우주산업에 발을 들였다. 외환위기 당시 항공산업 구조조정과 연구 예산 삭감 속에 선배들이 창업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정부 예산 중심 우주산업의 한계를 체감한 셈이다.
김 부사장은 "국내에서도 뉴스페이스라는 말이 많이 쓰이지만, 여전히 자금 출처뿐만 아니라 기술 소유권, 활용 주체도 여전히 정부"라며 "정부가 하던 공급망을 아웃소싱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위성 자산은 본질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배치돼야 하는데, 정부 소유 구조로 인해 국내 활용으로만 제한되다 보니 예산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김 부사장은 "미국과 유럽은 이미 민간 상업 위성 데이터를 정부가 구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면서 "위성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 영상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의 우주 전략은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 세워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 5개 우주 계열사를 하나의 유기적 협업 구조로 묶고, 그룹이 보유한 육·해·공 무기체계와 연계해 차별된 경쟁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김 부사장은 "발사체부터 위성, 데이터 솔루션까지 밸류체인 전체를 갖춘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면서 "군집위성과 인공지능(AI), 발사체를 결합한 토털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엄청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이 추진 중인 합성개구레이더(SAR) 군집위성 사업은 그 핵심축이다. 광학 위성이 날씨와 시간의 제약을 받는 것과 달리, 레이더 위성은 비 오는 날에도 촬영이 가능하다. 1차 계획으로 64기를 구성해 재관측 주기를 대폭 단축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초정밀 관측 위성이 후속 투입되는 편대 운영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특히 '초저궤도'라는 새로운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스페이스X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500㎞ 저궤도에 군집위성을 운영하고 있지만, 400㎞ 이하 초저궤도에서 상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아직까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는 "저궤도는 이미 늦었고 경쟁도 포화 상태"라며 "초저궤도에서 10㎝급 초고해상도 레이더·광학 위성을 운영해 시장 자체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AI가 더해진다. 수많은 위성이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영상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화는 자체 개발한 AI로 영상을 자동 분석하고, 위장 은폐물 탐지, 북극항로 유빙 추적, 강 수위 변화 모니터링 등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고객은 우주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만 말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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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민관협력으로 주도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의 성공을 언급하며, 이어질 5차 발사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독자 발사체를 갖는다는 건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쏘는 자립이 뉴스페이스 생태계의 출발점"이라며 "우주청, 항우연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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