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공개 전 퍼진 실명·사진…광주 여고생 살인범 '외모 소비' 또 도마 위
공식 신상 공개 전 실명·사진 유포
온라인서 외모평가 댓글 확산
전문가들 "피해자 중심 보도 필요"
여고생을 살해하고 남고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된 20대 피의자의 실명과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사건의 본질보다 피의자의 외모에 관심이 쏠리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9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모 씨(24)의 이름과 사진이 빠르게 퍼졌다. 최근 사진뿐 아니라 청소년 시절로 추정되는 사진까지 함께 공유됐고, 일부 사진은 장 씨의 SNS 계정 프로필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광주경찰청이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장 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장 씨가 신상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관련 절차에 따라 공개가 미뤄졌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실명과 사진이 확산했다. 장 씨의 공식 신상 공개는 절차에 따라 오는 14일 이뤄질 예정이다.
김소영 사건 이어 반복된 '가해자 얼굴 소비'
문제는 신상 확산이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외모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잘생겼다",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그랬냐"는 식의 댓글이 올라왔다. 피의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호기심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외면한 2차 가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비슷한 논란은 최근 '강북 모텔 연쇄살인사건' 당시에도 불거졌다.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김소영(20)의 경우, 공개 이후 SNS 사진과 머그샷의 차이, 외모, 보정 여부 등이 온라인에서 집중적으로 소비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비슷한 논란은 최근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당시에도 불거졌다.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김소영(20)의 경우, 공개 이후 SNS 사진과 머그샷의 차이, 외모, 보정 여부 등이 온라인에서 집중적으로 소비했다. 당시에도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자 문제보다 피의자의 외모가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YTN은 김소영의 신상 공개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결과 등을 보도했고, 뉴시스는 머그샷 공개 이후 SNS 사진과 실제 모습의 차이가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테드 번디·루이지 맨지오니 등 '범죄자 매력화' 논란 반복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는 재판 당시 외모와 말솜씨로 일부 대중의 관심을 받았고, 이후에도 '매력적인 살인범'이라는 왜곡된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소비돼 왔다. ABC는 번디가 수십 명의 여성을 살해한 범죄자였음에도 일부 여성 팬들의 관심을 받은 현상을 조명했다.
이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2024년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 살해 사건 피의자로 기소된 루이지 맨지오니를 두고 일부 SNS 이용자들이 외모를 찬양하거나 밈을 제작하면서 '범죄자 팬덤화'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방송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가 이를 풍자할 정도로 온라인상 관심은 사건 자체를 넘어 피의자의 이미지 소비로 번졌다.
흉악범죄 신상 공개 취지 무색…피해자·유가족 2차 피해 우려
전문가들은 중대범죄 피의자에 대한 외모 평가가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하고 피해자 중심의 논의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상 공개 제도는 국민의 알권리, 재범 방지, 공공의 안전 등을 위해 마련된 장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피의자의 얼굴이 조롱이나 찬양, 호기심의 소재로 소비될 경우 제도의 취지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식 절차가 끝나기 전 피의자의 실명과 사진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행위는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수사기관이 신상 공개를 결정했더라도 공개 시점과 방식은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이와 별개로 개인이 피의자의 과거 사진이나 가족·지인 정보까지 추적해 퍼뜨리는 행위는 사적 제재와 인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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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현재 장 씨의 범행 동기와 계획성, 유사 범죄 모방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장 씨는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고, 누군가 데리고 가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체포 당시 압수한 장 씨의 스마트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는 한편,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도 실시했다. 앞서 장 씨는 지난 5일 0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이 드문 보행로에서 고등학교 2학년 A 양(17)을 살해하고, 다른 고교생 B군(17)에게 흉기를 휘둘러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피의자의 외모가 아닌 범행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피해자 보호 문제에 논의가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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