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공급망 비상]
해진공, '해상공급망 모니터링·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착수
올해 11월 '해상 공급망 플랫폼' 시범운영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한 가운데 정부가 뒤늦게 해상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당시 핵심 대응 방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1년 만이다. 한국행 유조선의 발이 묶이고 국적선까지 피격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조기 경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한국 유조선 7척이 오도 가도 못 한 채 묶여 있다. 이들 선박에 실린 원유는 총 1400만배럴로,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약 280만배럴)의 5배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해상 일일 원유 교역량 4580만배럴 중 1570만배럴(34.2%)이, 액화천연가스(LNG)는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중 한국으로 향하는 원유 비중은 13.9%, LNG는 7.7% 수준이다. 국적선 피격으로 해상 공급망 위기가 단순한 '물류 차질'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 피해 커졌는데…해상 공급망 조기경보 '늦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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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대응 체계 구축은 더디기만 하다.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최근에야 EWS 구축 용역을 발주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공급망안정화법 시행령에 따르면 해수부는 경제안보품목 등에 따른 조기경보시스템의 운영·관리업무를 전문기관인 해진공에 위탁할 예정이다.


앞서 해진공은 지난해 6월 무력 충돌 직후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강화' 등을 공언했으나 6개월이 지난 올해 1월에야 전담 조직(공급망대응팀)을 통해 시스템 구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해진공이 추진 중인 EWS는 호르무즈 해협, 수에즈 운하, 바브엘만데브 해협, 믈라카 해협 등 물류 네트워크의 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 글로벌 해상 '초크포인트(해상 급소)'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지정학적 리스크, 기후, 항만 적체는 물론 운임과 운항량 등 다각적인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위기 경보를 4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로 발령한다. 아울러 단기(1개월)·중기(3~6개월)·장기(1년 이상) 예측 모형을 개발하고,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글로벌공급망압력지수(GSCPI)처럼 전 세계 해상 물류 상황을 수치화한 '해상 공급망 변동 종합 지수'도 독자적으로 산출할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용역 기간만 1년으로, 해진공은 시급성을 감안해 올해 11월께 모니터링 시스템이라도 우선 시범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진공 관계자는 "현재 해외 매체나 정보 업체에 의존해 제한적으로 확인하는 통항량, 대기 시간 등 기본 정보를 시스템화하려는 것"이라며 "위기를 조기에 탐지해 기업들이 우회 경로를 찾는 등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공급망 위기 대응이 여전히 '사후약방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동안 반도체·배터리 등 육상 공급망 관리는 고도화됐으나, 국가 핵심 자원(원유·가스·곡물 등)의 운송을 전담하는 해상 공급망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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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지정학 리스크가 단기간에 글로벌 물류망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유가 급등과 수입 물가 상승, 수출 기업 납기 지연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해상 공급망 리스크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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