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시한에 쫓긴 '막차 수요'
김윤덕 장관 "과거 정부와 다르다"
정부, 매물 잠김 우려 진화 나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오후 5시20분께 서울 성북구청 부동산정보과로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려는 민원인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날 성북구청은 오후 6시까지 주말 접수 창구를 운영했다. 최서윤 기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오후 5시20분께 서울 성북구청 부동산정보과로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려는 민원인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날 성북구청은 오후 6시까지 주말 접수 창구를 운영했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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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인 9일 오후 5시20분께 서울 성북구청 부동산정보과. 집을 팔려는 부부와 매수인, 양측 공인중개사 등 5명이 함께 뛰어 들어왔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마감 40분 전이었다. 다주택자인 집주인 부부는 이날까지 접수를 마쳐야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부부는 "한 시간 전에 연락이 와 급하게 왔다"고 말했다. 매수인 측 공인중개사는 "다른 손님 계약서를 쓰다 서둘러 달려왔다. 오늘이 마지막 날 아니냐"라며 숨을 골랐다. 정부는 막판 거래 수요에 대비해 9일 토요일에도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일부 시·구청 토지거래허가 창구를 운영했다.

9일 막판 창구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지만 이날 대체적인 분위기는 정리 국면이었다. 이날 성북구청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15건으로, 최근 일주일 일평균 40건에 못 미쳤다.


지난 9일 서울 노원구청 부동산정보과에서 구청 직원들이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지난 9일 서울 노원구청 부동산정보과에서 구청 직원들이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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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 1위 자치구인 노원구청도 마찬가지였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그전에 하실 분들은 많이 하셔서 오늘은 별로 없다"며 "주말 접수 운영 방침이 이틀 전 발표돼 아직 모르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노원구청에 제출된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15건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하루 평균 접수량은 평소의 두 배인 100건 수준이어서 야근과 주말 근무를 병행했다"고 말했다.


강남권에서 거래가 가장 많은 송파구의 경우 이날 오후 1시 기준 신청 건수는 4건이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전날까지 42건이 접수됐지만 오늘은 한가한 편"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청 1층 로비에 토지거래허가 접수 창구가 마련돼 있다. 송파구청은 막판 신청에 대비해 안내데스크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주말 접수를 진행했다. 최서윤 기자

지난 9일 서울 송파구청 1층 로비에 토지거래허가 접수 창구가 마련돼 있다. 송파구청은 막판 신청에 대비해 안내데스크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주말 접수를 진행했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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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다시 적용됐다. 2022년부터 4년간 유예됐던 제도가 끝나면서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팔 때 양도차익 기본세율(6~45%)에 더해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의 가산세율이 붙는다. 지방소득세 10%를 합한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이른다.


남은 집주인들은 가격을 더 낮추기보다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상당수 거둬들였고, 이제 급매라고 붙여놨던 안내문도 뗄 예정"이라며 "(집주인들은) 어차피 중과를 맞게 된 마당에 굳이 깎아서 넘길 이유가 없어진 만큼 가격을 내릴 생각이 없다"고 했다. 또 따른 헬리오시티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양도세 중과에 대한 보상 심리가 생겨 더 받아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지난달까지 전용 84㎡가 27억원에 급매로 나오기도 했는데, 추석 무렵이면 31억원대를 회복하거나 더 오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초구 잠원동 중개업소 대표도 "그간 다주택자 매물이 풀리며 평형대별로 5억원가량 떨어졌지만, 월요일부터는 가격 인하가 멈출 것"이라며 "이제는 세금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버티겠다는 집주인이 많다"고 했다. 실수요가 꾸준한 강서구 마곡엠밸리 7단지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 어르신들은 자녀와 상의한 끝에 일단 갖고 가자는 결론을 내리는 사례가 많더라"라며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를 더 내더라도 보유하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양도세 부담이 보유세 부담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9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한 중개업소에 급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10일부터 적용되면서 중개업소 현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회수하며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9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한 중개업소에 급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10일부터 적용되면서 중개업소 현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회수하며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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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를 포기한 일부 다주택자들은 임대 시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3만1574건을 기록해 4월 말 이후 다시 증가세다. 노원구 상계동 중개업소 대표는 "싸게 팔 생각은 없고, 안 팔리면 세를 놓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임대료 부담은 커지고 있다. 노원구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노원이 서울에서 가격대가 가장 낮은 지역인데도 월세가 많이 올랐다"며 "24평형 월세가 1년 전 90만원대에서 현재 120만~150만원까지 뛰었다"고 했다. 그는 "전세도 수천만 원씩 뛰었는데 그마저도 물건이 다 잠겨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부활이 거래 실종과 매물 잠김을 심화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세금 부담이 커지면 다주택자들이 매각 대신 관망세를 취하면서 시장 거래가 멈추는 프리즈(Freeze)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시장의 핵심은 결국 수급"이라며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세제 조정은 마이너한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오늘 놓치면 안 돼요"…계약서 쓰다 황급히 구청으로 뛰었다[부동산AtoZ] 원본보기 아이콘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주택자들이 가격을 낮춰 팔기보다는 증여나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와 월세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서울 외곽의 실수요와 강남권의 버티기 심리가 맞물려 가격은 상승 내지는 강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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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매물 잠김 우려 차단에 나섰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양도세 중과 여부는 집값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로, 금융·세제·공급 등 경제적 유인 구조를 전면 재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 놓치면 안 돼요"…계약서 쓰다 황급히 구청으로 뛰었다[부동산AtoZ] 원본보기 아이콘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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